[기고]배드뱅크 성공을 위한 선결과제

[기고]배드뱅크 성공을 위한 선결과제

강동균 한국저축은행 재무분석사(공인회계사)
2004.03.30 17:58

[기고]배드뱅크 성공을 위한 선결과제

금융권 일부에서는 배드뱅크 설립 추진이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은 듯 하다. 배드뱅크 추진이 발표된 이후 신용불량자들이 배짱을 부리는 등 금융권의 채권 회수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물론 향후 변화될 채권추심 환경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드뱅크가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금융권에서도 개인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충분히 검토돼야 할 것이다.

 

첫째로 참여기관과 비참여기관간의 형평성 문제가 고려돼야 한다. 신용협동조합 등 일부 금융기관은 배드뱅크 참여에서 제외됐고 외국계 금융사들의 참여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부 기관들이 배드뱅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배드뱅크 참여 금융기관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예컨대 채무자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빚을 갚아도 되는 배드뱅크 참여 금융기관 보다 강력한 추심이 가능한 배드뱅크 비참여 금융기관에 진 빚을 우선적으로 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신용불량자 입장에서도 참여 금융기관과 비참여 금융기관에 모두 빚이 있다면 배드뱅크가 설립되더라도 여전히 신용불량에서 벗어날 수 없다.

 

둘째로 기존 법률과의 상충문제도 심각하게 고민을 해 봐야 한다.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 배드뱅크에 참여하면 법률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은 배드뱅크에 참여하려면 배드뱅크에 채권을 출자해야 하는데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관련 법률 및 감독규정에서 채권 출자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단기적 손실발생 문제로 배드뱅크에 이전되는 채권이 동일 채무자의 채권이라도 기관마다 연체회차 및 충당금 적립비율의 차이가 있다. 배드뱅크에 동일 채무자의 채권을 출자하더라도 어떤 금융기관은 이익이 발생하고, 다른 금융기관은 손실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회계적 손실이 많이 발생하는 금융기관의 경우 이를 감내하면서 배드뱅크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넷째는 배드뱅크로 이전된 채권에 대한 평가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생명보험사 등 모든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의 채권 가치가 높다고 말하고 있다. 예컨대 저축은행은 비록 전체 부실채권의 회수율은 타 기관에 비해 낮지만, 실제 상환을 하는 채무자의 경우 은행이나 카드사 보다 이자율이 높은 저축은행의 돈을 먼저 갚기 때문에 상환의지가 있는 채무자의 채권은 저축은행이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은행의 경우 부실채권의 과거 회수율이 타기관에 비해 높은 은행 채권의 가치가 더 높다고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배드뱅크를 추진하고 있는 운영위원회는 현금지급율의 경우 금융기관 경험회수율 또는 등급별 회수율 추정방식을 고려해 회계법인을 통해 평가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채무자의 상환의지, 상환 우선순위 등 비계량적 요소 때문에 회계법인에 대한 평가를 모든 참여기관이 받아 들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배드뱅크가 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고 금융권 최대 현안인 개인 부실 채권을 정리하는 윈-윈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현행 나타난 문제점들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정부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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