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에서 멈춘 자동차

내수와 수출 경기의 양극화. 현 경기 국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산업별로는 자동차 산업에서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올 1/4분기 자동차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33.6% 증가한 데 반해, 내수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31.2% 감소한 것이다. 비록 최근 지표경기가 미미한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하지만, 최소한 상반기 내 자동차 내수가 회복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위상을 감안할 때, 자못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 내수가 크게 줄어든 첫째 이유는 경기 부진 국면의 지속이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은 민간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자동차 구매에 필요한 자금력을 축소시켰다. 둘째, 금융기관의 자동차 관련 신용대출의 축소 및 각종 대출 기준의 강화에 따른 소비 여력의 부족이다.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 강화는 소비자의 현재소득 부족분을 보전할 수 있는 유동성을 축소시킴으로써 직접적인 소득 감소로 인해 받는 충격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러한 경기 내지 금융 여건이 초래하는 소비 둔화 양상은 다른 품목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특별히 자동차 내수의 감소폭이 컸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자동차 수요의 경기 민감도가 매우 높을 뿐 아니라, 경기 후행적 특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즉 자동차 구매에 소요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소득의 안정적인 흐름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이 담보되지 않으면 구매 시기를 연기하거나 아예 구매를 포기해 버린다. 또한 자동차 구매 과정상 계약 후 출고되기까지 일정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구매 계약 건수가 늘어난 후에도 실제로 판매 건수에 반영되는 것은 약 1~2개월 후가 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지적한 내수 판매 부진의 원인들이 단기간 내에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째, 전반적인 내수 경기, 특히 민간소비의 회복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2월 중 도소매 판매액이 전년동월대비 2.4% 증가세로 반전되긴 했지만, 이는 설연휴로 인해 작년보다 영업 일수가 늘어난데 따른 기술적 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소비심리도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개월 후의 경기상황에 대한 전망을 반영하는 소비자 기대지수는 전월의 96.3에서 3월 현재 94.4로 1.9포인트 하락했다.
둘째,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도 여전히 강화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2/4분기 중에도 금융기관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대출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이미 축소된 대출 한도와 인상된 가산금리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조사가 주로 은행의 대출 태도를 대표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기타 금융기관들의 자산 건전성이 은행에 비해 현저히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자동차 할부금융사들의 대출 태도가 은행보다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볼 때, 적어도 상반기 내에 자동차 내수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가지 희망적이었던 특소세 인하같은 정책적 조치도 내수를 진작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만큼 소비심리의 위축이 심각한 상태인 것이다.
독자들의 PICK!
자동차 산업은 고용이나 소득 창출, 대외적 이미지 등의 면에서 핵심적인 산업이다. 지금은 수출 호조로 지탱하고 있지만, 환율을 비롯한 수출 여건 또한 그리 만만치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전체 국가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정책당국의 내수 진작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