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참을 수 없는 매물의 가벼움
“주가는 오르는데 내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모두 떨어졌다.”(한 증권회사 관계자)
요즘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느끼는 감정은 ‘허탈’과 ‘자괴’와 ‘분노’다. 다른 주식은 오르는데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은 떨어져 허탈하고, 외국인이 사는 종목을 비싸더라도 사야된다고 생각했지만 선뜻 실천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 자괴감을 느낀다.
허탈과 자괴를 스스로 삭히지 못하는 사람은 상황을 이처럼 만든 다른 사람들(정부, 기관, 증권회사, 언론 및 외국인 등)에 대한 원망이 분노로 바뀐다.
국회의 탄핵결의로 권한 정지된 노무현 대통령이 ‘봄이 왔지만 봄같지 않다(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고 느끼는 것처럼 95% 이상의 주식투자자들이 느끼는 감정도 복잡하기 그지없다.
매물 부족으로 조그만 매수에도 튀는 ‘봉선화 장세’
증시가 기습적으로 급반등했다. 부활절 휴가로 대부분의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 관망세를 보인 반면 일부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으로 사들여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시킨 때문이었다. 주식을 팔려는 사람이 적어 조그만 매수에도 주가가 크게 오르는 ‘참을 수 없는 매물의 가벼움’ 현상으로 주가가 날아가는 상황이다.
다만 종합주가가 고점에 비해 8포인트 가량 떨어져 거래가 끝난데다 거래대금도 2조3000억원대로 부진해 추가 상승에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주말보다 13.42포인트(1.48%) 오른 918.86에 마감됐다. 이는 2002년 4월23일 925.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닥종합지수도 2.45포인트(0.54%) 상승한 460.37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대장주삼성전자는 1만5000원(2.52%) 오른 61만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외국인이 주가 급등을 틈타 3만8000주(231억원)를 순매도했지만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시작해 주가가 당분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나온 때문이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1만8500원(5.35%) 오른 36만4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함춘승 씨티그룹증권 사장은 “주식을 팔려는 매물이 적은데다 주식을 판 사람들도 다른 대안이 없어 다시 주식을 사려고 하기 때문에 조그만 매수에도 주가가 많이 오른다”고 밝혔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922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매도는 1565억원에 그쳤다(매수도 2487억원으로 평소의 절반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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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 조익재 투자전략팀장도 “개인과 기관의 수익증권 환매가 일단락돼 매물이 줄어들었다”며 “외국인이 사지 않더라도 대량으로 팔지만 않는다면 국내 개인 및 기관들의 소량 매수에도 주가가 크게 오를 정도로 우량대형주의 주가가 가벼워졌다”고 밝혔다.
날아가는 주가(신고가 종목 60개) vs 추락하는 주가(신저가 16개)
종합주가(코스닥종합지수)가 상승하면서 주가 차별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날 지수가 큰폭으로 올랐지만 주가가 떨어진 종목이 거래소 269개, 코스닥 322개나 됐다. 오른 종목이 거래소 448개, 코스닥 474개로 많았지만 주가가 떨어지는 종목은 지수가 상승해도 하락하는 아픔이 반복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을 비롯해삼성화재CJ태평양LGINI스틸LG전자등 거래소에서 35개 종목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코스닥에서도기륭전자네패스주성엔지니어링 등 25개 종목이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반면 코스닥 10개, 거래소 5개 종목은 신저가로 주저앉았다.
함춘승 사장은 “삼성전자 실적이 사상 최대를 나타내고 주가도 많이 오르자 외국인들이 코스닥에 등록된 삼성전자 관련주를 지난 2주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며 “앞으로도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들이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익재 팀장도 “이라크 문제 등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외부요인으로 주가가 조정을 보인 뒤 탄력있게 회복되는 양상”이라며 “외국인 한도가 찬 통신이나 전세계적으로 상승 모멘텀이 약화된 은행보다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IT주와 소재 및 자동차 업종의 실적 호전주에 매매를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외국인에 대한 3가지 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