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닭갈비 버리고 닭다리 잡아라

[내일의 전략]닭갈비 버리고 닭다리 잡아라

홍찬선 기자
2004.04.19 17:23

[내일의 전략]닭갈비 버리고 닭다리 잡아라

“이 비 그치면/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서러운 새싹이 짙어오것다”

시인 이수복의 ‘봄비’의 첫 연이다. 고려시대 시인 정지상이 지은 칠언절구의 첫 구절인 우헐장제초색다(雨歇長堤草色多)의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는 싯귀다. 이 구절을 조금 바꾸면 요즘 증시 상황을 아주 잘 나타낼 것 같다. “이 조정 그치면/숯덩이처럼 까매진 텅 빈 가슴에/서러운 희망이 솟아나것다.”

곡우(穀雨)를 하루 앞두고 ‘여우 불’을 잠재우는 봄비가 촉촉이 내렸다. 대지의 목마름을 해갈하고, 생명의 물오름을 더해주는 ‘꿀 비’의 염력(念力)은 받은 덕일까. 주가가 장중 하락을 딛고 오름세로 마감됐다. 추가하락과 상승반전의 갈림길에서의 상승이어서 앞으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4.19혁명’ 24주년인 19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주말보다 3.22포인트(0.36%) 오른 902.10에 마감돼 900선을 하루(거래일기준)만에 회복했다. 코스닥종합지수도 3.73포인트(0.82%) 상승한 457.86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선물 대량 매도 속에 반등의 교두보 마련

종합주가지수가 20일이동평균(888.78)까지 하락하지 않고 오름세로 돌아섬으로써 반등의 기반은 마련됐다. 이날 종합주가는 외국인이 주가지수선물을 3000계약 순매도하고 현물에서도 3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하면서 한때 891.27까지 하락해 890선마저 위협했다. 프로그램 거래가 2313억원어치 순매도를 보인 것도 지수 하락폭을 크게 했다.

하지만 오후들어 외국인이 현물에서 소규모이지만 순매수로 돌아서고 선물 매도 규모도 줄임으로써 상승세로 돌아섰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종합주가가 하락세를 멈추고 오름세로 마감함으로써 추가하락 가능성은 상당히 줄었다”며 “20일에도 상승세로 끝나면 종합주가는 당분간 조정국면 속의 단기반등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의 나스닥지수가 2000 아래로 떨어졌으며,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거리고, 중동의 정치 불안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큰 폭의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석규 B&F투자자문 사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대표주식들이 이익에 비해 주가가 아직도 싸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가 본격화되지 않고 있으나 미국의 핵심소비물가가 상승하고 중국경제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면서 외국인 매수가 주춤거리고 있어 주가가 크게 오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혼조, LG전자 SK 한국가스공사 등이 ‘신 주류’ 형성 도모

19일 증시 흐름의 특징 중 하나는 ‘2×3+1’ 현상이었다. 삼성 계열인삼성전자삼성SDI 삼성물산과 LG 계열인 LG전자 LG LG화학 및 SK를 포함한 7개 종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이는 외국인이 지주회사(삼성물산LG SK)에 대한 관심을 아직 버리지 않았으며,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으로 버티는 동안LG전자와 삼성SDI 등으로 수익을 높이자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복숭아가 어려우면 자두로 대타를 삼을 수 있다는 ‘이대도강(李代桃畺)’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이대도강 투자전략

외국인 매수가 집중된팬택앤큐리텔현대오토넷 KT&G LG상사 주성엔지니어링 BNG스틸 토필드 세코닉스 등도 이런 테마에 들어가는 종목으로 보인다. 또 이날 신고가를 경신한 뉴인텍한국가스공사유일전자LG전선 백산OPC 등 47개 종목도 마찬가지다.

이채원 동원증권 상무는 “삼성전자와 종합주가가 당분간 옆걸음질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국인들이 그동안 가치에 비해 오르지 못한 종목들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며 “삼천리한국가스공사한국전력등이 당분간 시세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닭갈비는 버리고 닭다리를 찾아라

닭갈비(鷄肋)는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을 가리킨다. 물론 ‘춘천 닭갈비’처럼 양념을 잘 하고 갈비살도 많이 붙게 하면 먹을 게 있지만 닭갈비 자체로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한다.

중국 삼국시대의 영웅 중 한사람이었던 조조는 계륵을 버리는 쪽으로 생각했다. 아깝기는 하지만 좀 더 대국적인 시야에서 보면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견디면서 버려야 더 큰 승리를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증시에서도 계륵장세가 자주 펼쳐진다. 이때 큰손과 개미들의 전략은 확연하게 다르다. 큰손들은 일단 손을 털고 후일을 도모한다. 주식을 갖고 있을 때는 사태 추이를 보면서 매도에 치중하고 절대로 새로 주식을 사지 않는다. 반면 개미들은 조그만 이익이 보이면 서둘러 주식을 사려고 덤빈다.

계륵은 버리고 살이 포통포동한 닭다리를 잡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어떤 게 계륵이고 어떤 게 닭다리인지를 알기 어렵다는 게 고민이다. 판단기준은 있다. 바로 주가수익비율(PER)이다. PER가 12~15배 이상으로 높아진 주식은 계륵에 가깝고, 5~6배 아래인 주식은 닭다리에 가깝다.

물론 이런 판단기준을 활용하려면 부채비율과 사업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PER가 낮다는 것은 가치에 비해 주가가 덜 올랐다는 뜻(이런 주식을 가치주라고 부른다) 있지만, 주가가 싼 주식은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틀림없이 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소나기는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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