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폭락하면 투매보다 매수'용기'
“외국인이 무서워~”
29일 증시가 하루 종일 외국인 매도에 사시나무 떨 듯 휘둘렸다. 기관은 프로그램 매수, 개인은 반등을 노린 저가 매수, 삼성전자 등은 자사주 매수에 나서 ‘협공작전’에 나섰으나 성난 파도처럼 밀려드는 외국인 매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날 증시는 온통 한숨이었다. 외국인 매물을 보고 놀라 꼬리를 내린 사람은 노도(怒濤)에 휩쓸리지 않은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부터 팔자에 나섰던 사람은 좀더 높은 가격에 매도하려는 ‘미련’ 때문에 매도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한숨이었다. 저가 매수에 나선 사람은 매수가격보다 더 떨어지는 주가를 보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원망의 한숨을 지었다.
추락하는 주가는 날개가 없다
29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6.42포인트(2.93%) 떨어진 875.41에 마감됐다. 이날 하락폭과 하락률은 작년 11월19일의 29.27포인트(3.65%) 이후 가장 큰 것이다. 4일 동안 60.65포인트(6.5%)나 급락했다.
종합주가가 20일 이동평균(908.03)을 밑돈 지 하루만에 60일 이동평균(883.95)마저 맥없이 무너졌다. 이제 남은 것은 120일 이동평균(847.64)과 심리적 마지노선(800) 뿐이다. 860선 근처에서 반등을 기대해봄직 하지만 키는 외국인 매도에 달려 있어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스닥종합지수도 22.66포인트(4.73%)나 폭락한 456.04에 거래를 마쳤다. 3일 동안 35.49포인트(7.2%)나 떨어져 450선으로 주저앉았다.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거래소 570개, 코스닥 671개로 상승종목(거래소 173개, 코스닥 155개)보다 훨씬 많았다.
이날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식목일로 휴장한 일본을 제외하고 대만(-2.62%) 싱가포르(-1.44%) 홍콩(-1.24%) 등이 모두 하락했다. 이날 새벽 거래를 마친 미국 나스닥지수가 2.12%나 하락하며 1989.54로 밀렸고 다우지수도 1.29% 떨어져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됐다.
중국 쇼크→메릴린치 쇼크→셀 코리아 쇼크…버퍼가 없어 충격이 더 크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 28일 “중국 경제의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강력하고 효과적인 경기 억제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한국은 물론 전세계 증시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중국 경제가 둔화될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등 동북아시아 경제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의 투자비중을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2단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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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쇼크와 메릴린치 쇼크라는 ‘원투 스트레이트’의 일격을 당한 한국 증시는 외국인 매도의 폭격을 받고 북한 용천처럼 폭삭 주저앉았다. 이날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조3252억원어치 팔고 5519억원어치 사는데 그쳐 7733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1992년 증시 개방 이후 12년4개월만에 최대다.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2002년 3월14일 3704억원보다 2.1배나 많은 규모다.
외국인 매도는삼성전자(4343억원, 74.7만주)LG전자(375억원, 52.2만주)포스코(332억원, 22.5만주)현대차(320억원, 70.7만주) 삼성전자우(288억원)한진해운(250억원, 32.6만주)LG화학(156억원, 32.6만주)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식에 집중돼 ‘셀 코리아’ 양상을 보였다.
물리학에서 충격량은 나중 운동량(MV1)에서 처음 운동량(MV0)을 뺀 값(MV1-MV0)이다. 힘은 충격량을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공을 받을 때 손을 뒤로 빼면서 잡으면 손에 느끼는 충격이 적은 것은 이런 이치 때문이다. 충격을 줄이려면 면에 닿는 시간을 길게 하는 완화장치(버퍼)가 있어야 한다.
외국인이 물밀 듯이 매물을 내놓을 때 이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국내의 주식 수요기반은 너무 취약하다. 외국인이 팔면 그저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메릴린치의 비중축소 의견으로 외국인 매물이 더 나올 것으로 예상돼 주가는 추가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그래도 반등과 틈새시장은 있다
외국인은 이날 주가지수옵션시장에서 콜옵션을 12만1150계약 순매도했다. 풋옵션도 9만1724계약 순매도했다. 콜과 풋을 함께 파는 것은 종합주가지수가 일정한 박스권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할 때 취하는 전략이다.
이날 거래가 많이 된 것은 풋은 행사가격 107~112.5였고 콜은 117~122.5였다. 종합주가로 환산하면 815~855가 바닥이고 890~930이 꼭지인 박스권이다. 외국인 매도가 많으면 아래쪽에 가까워질 것이고, 외국인 매도가 소강국면을 보이면 다시 위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된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메릴린치의 비중축소 의견으로 외국인 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저가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주가지수는 120일선에서 반등을 하겠지만 다시 떨어져 800선 부근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사장도 “한국 경제와 기업이 그동안 유일하게 기댄 것이 (중국) 수출이었는데 중국 경제가 둔화(쿨다운)되면 비댈 언덕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춘승 씨티그룹증권 사장은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의 가격이 함께 조정받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외국인 매도로 주가는 당분간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면서도 “한국 기업의 이익이 주가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데다 돈이 갈데가 없어 주식은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도 “아무리 약한 시장에서도 많이 떨어지면 반등이 있게 마련”이라며 “30일 중에 단기 저점이 만들어질 때 단기반등을 노린 매수전략을 취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전고점에 비해 18% 급락했다. 포스코도 12.0% 떨어졌으며 삼성전자는 3일 동안 9.6%나 떨어지며 60만원선이 무너졌다. 서울 시내 한 증권사 지점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수천주 갖고 있는 할아버지는 이날 개장 동시호가 때 60만원에 매도 주문을 냈다가 팔리지 않자 주문을 취소했다고 한다. 그 할아버지는 삼성전자가 55만원까지 떨어진 뒤 반등해 다시 60만원이 되면 팔 생각인 것으로 전해진다.
주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고 외국인 매도가 진정되면 그때가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으로 볼 수 있다.참을 忍 3번이면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