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반복처방과 무처방

[시평]반복처방과 무처방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4.05.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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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반복처방과 무처방

최근 연준의 금리동결과 향후 경기회복세 지속에 대한 유동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심심치않게 금리인상론이 대두되고 있다. 중국은 과열기미를 보이는 일부산업에 대한 조정차원에서 긴축의사를 표명했고,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자산시장의 과다조정 우려에 대비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장에 조심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자본흐름이 자유로운 상황하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대다수 개도국들의 경우 통화정책은 환율안정에 대한 상반된 이해관계로 인해 상당부분 그 독자성이 저하되었다. 따라서 향후 선진국에서 촉발될 여건변화는 우리에게 원하지 않는 정책조합을 강요하고 예상치 못한 충격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또 다른 폭풍을 앞두고 견조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상하향 위험이 엇비슷한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국면전환의 가능성을 감안하여 경제 현안을 살펴보자.

첫째, 금리충격에 노출되기 쉬운 가계부채문제는 이제 채무상환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 쉽다. 금융발전으로 금융기관의 신용공여능력이 크게 발전함에 따라 이제 단기뿐 아니라 모기지론과 같은 중장기대출도 늘어나고 있다. 반면에 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나 수익성은 글로벌기업 위주로 편중되고 있다. 신용을 공여하는 측의 위험관리능력이 향상되더라도 정작 가계부문의 체제적 위험은 방치된 상태다. 안정적 소득흐름을 제공할 수 없는 고용불안은 이제 노동시장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둘째, 경제·사회적 불균형심화는 거시정책수단의 활용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불가피해진 계층간의 소득격차심화나 다양한 형태의 양극화는 결국 위험을 감당하는 주체와 위험을 야기하는 주체간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켜 거시정책을 마비시키고 있다.

셋째, 몇몇 주도산업만 번창하는 산업구조하에서 지속적인 균형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성장의 결실이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나누어지지 않는 한 성장을 도모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고취되기 어려우며 창조적 파괴는 불가능하게 된다.

이같은 구조적 취약성이 방치된 채로 금리 및 환율 관련 국면전환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금리인상 불가론의 배경은 우리경제의 취약성이다. 세계적으로 당장의 불안요인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우세해질수록 개도국들은 향후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과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구조적 취약성을 제거 내지 관리할 수 있다는 시장의 믿음이 형성되지 않는 한 내수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경제는 과도한 부담을 떠안기 쉽다.

우리경제가 앞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려면 소모적인 정책처방보다는 그동안 고도성장과정에서 간과되었던 균형있는 성장토대를 적극적으로 구축해나가야 한다. 교육, 노동, 보건, 정치 등의 다양한 체제가 세계적 차원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경쟁적으로 변모해야 우리경제의 자체적 충격흡수능력이 제고될 수 있다.

시장인프라가 열악한 개도국 경제에서 정책처방의 초점은 무처방과 반복처방을 오가며 당장의 안정을 추구하기 보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정책개입비용을 장단기로 엄밀히 산정하여 지나치게 소모적인 단기정책처방을 지양해야 세대간 계층간 형평성도 제고될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경제는 다양한 충격에 휩싸여 상당한 고통을 치를 수 있다. 비용이 드는 단기처방에 의존하여 연명하는가 아니면 지배구조의 변화를 전제로 한 시장친화적 환경조성에 나서는가에 따라 국익증진을 위한 모두의 자발적 노력이 고취될 수 있다. 초저금리기조가 장기화될수록 높아지는 국면전환의 가능성을 감안할 때 취약성을 극복하고 충격흡수능력을 높이려는 체제적 효율성에 대한 인식과 준비는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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