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국경제의 '음울한' 현주소

[시평]한국경제의 '음울한' 현주소

윤창현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
2004.05.1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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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한국경제의 '음울한' 현주소

 19세기 영국의 역사학자 칼라일은 경제학을 가리켜 음울한 과학(dismal science)라고 불렀다. 물론 이는 맬더스가 인구론에서 식량의 증가 속도가 인구의 증가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으므로 인류가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한데 따른 것이지만 그의 정곡을 찌르는 표현은 지금도 살아남아서 가끔 우리의 현실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지난 10일, 블랙 먼데이 혹은 블러디(bloody) 먼데이라 부를 만한 주가의 폭락이 있었다. 일단은 진정된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이날의 주가하락은 우리 경제의 음울한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우선은 대외적 요인이다. 중국경제가 얼마 전 너무 뜨거운 열기를 좀 식히고 천천히 가겠다고 선언하더니 이제 미국경제가 성장과 함께 일자리 창출이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를 인상할 것 같은 조짐이 나타난 것이 가장 큰 충격요인이 되었다. 흥미 있는 것은 두 나라 모두 경제가 너무 잘되어서 열기를 식히기 위해 경기조절 혹은 금리인상을 들고 나온 상태인데 우리는 열기는 커녕 한파를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두 나라 경제의 온도조절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긴축정책은 대중수출을 일정부분 줄임으로써 실물부문의 충격으로 작동할 것이고, 미국의 금리인상은 외국인 투자자금을 미국으로 회귀하도록 만듦으로써 금융부문에의 충격으로 작동할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어떤가?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된 이후 17대국회가 아직 개원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중에는 지금 가장 많이 떨고 있는 3대 단체가 C일보, S대, 그리고 S그룹이라는 농담아닌 농담이 유행하고 있다. 민생을 위하겠다고 공언한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당장 얘기가 나오는 것이 언론사 지분제한을 통한 언론개혁이고, 특정대학의 폐지를 들먹이는 교육개혁이다. 게다가 계좌추적권 연장에다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통해 소위 재벌개혁을 본격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땅에 떨어진 투자마인드를 진작시키고 경제를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 기업을 위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주어도 시원찮을 마당에 불확실성을 더 크게 만들고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조치들만이 거론되고 있다.

 민노당 세미나에서 초선의원들은 당의 이름으로, 인민의 이름으로만 발언하고 행동하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나아가 당이 조직적으로 만들어주지 않는 한 스타가 될 수도 없고 열명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선 안 된다는 주의도 뒤따랐다고 한다. 열명이 똘똘 뭉쳐 한명처럼 움직이면서 이들이 부각시킬 수 많은 어젠다들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반향으로 작용할지 암울하기만 하다.

 우리가 재벌기업이라 부르는 기업들 중 많은 기업들에게 있어서 이미 외국인의 지분은 반을 넘어섰다. 이들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유보한 채로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난 규모의 현금이 이들 기업에 쌓여가고 있다. 만일 이들 자금이 국내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할 경우 이 엄청난 자금은 결국 외국인 주주들에 의해 배당형태로 유출되거나 다른 나라에 투자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야 그런대로 굴러가지만 국내경제는 그만큼 피폐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이 보유한 자금이 조속히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불필요한 정책이나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조세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혁하는 등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때이다. 이것만이 17대 국회가 민생을 위하는 국회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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