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현금이 가장 좋은 투자수단
‘속았다.’ 13일 투자자들의 심정을 가장 잘 요약한 말은 이 한마디였다.
종합주가지수가 12일 26.07포인트 올랐다가 단 하룻만에 마치 자로 잰 것처럼 26.96포인트나 급락한 때문이었다. 고점에 비해 168.21포인트(17.9%)나 급락(장중기준)한 뒤 반등이어서 최소한 3~4일 동안 하락의 3분의 1인 60 정도는 상승해 830까지는 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완전히 ‘××당한’ 기분이었다.
옵션 5월물 만기였던 1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6.96포인트(3.30%) 떨어진 790.13에 마감돼 연중 최저치를 다시 갈아 치웠다. 코스닥종합지수도 2.85포인트(0.68%) 하락한 415.09에 거래를 마쳤다.
장마감후 선물가격 추가로 0.85포인트 하락해 주가 하락 압력요인으로 작용할 듯
외국인이 주가지수선물을 8120계약(4231억원)이나 순매도한 것이 주가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외국인의 선물매도는 코스피200선물 6월물 가격을 4.85포인트(4.57%)나 하락시켰다.
특히 현물시장이 마감된 오후 3시 이후 선물가격은 0.85포인트나 더 하락해 시장베이시스(코스피200이론가격과 실제가격과의 차이)를 -0.89로 확대시킴으로써 백워데이션 강도가 강해졌다. 현물 시장이 마감된 이후 선물가격이 추가로 급락함으로써 14일 현물 시장에 상당한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여파로 프로그램 매물이 8274억원어치나 쏟아져 591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SK텔레콤(-6.22%)포스코(-4.26%) 현대차(-4.71%)삼성전자(-3.43%) LG전자(-3.47%) 지수영향력이 큰 대형 우량주가 급락해 지수하락폭을 크게 했다.
외국인은 거래소 현물시장에서 1146억원어치 순매수하고, 개인도 3558억원어치나 저가 매수에 나섰으나 쏟아지는 프로그램 매물을 모두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매수는 위험, 반등 때마다 매도하는 게 바람직”
한 자산운용회사 사장은 “주가가 168포인트나 폭락했는데 반등이 하룻동안 26포인트로 그친다는 것은 매수세가 실종될 정도로 시장 에너지가 취약한 것”이라며 “종합주가지수가 전저점(771.31)에서 버텨줄지에 대해 다시 한번 테스트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 투자자문사장도 “장단기 수급이 무너졌고 고유가, 이라크사태악화, 미국금리 인상 가능성,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 등 주가에 부담되는 요소가 너무 많다”며 “주가가 단기간에 많이 떨어져 반등할 시점에서 반등다운 반등없이 다시 급락함에 따라 주가는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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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주가지수는 작년 3월부터 오른 427포인트의 절반 수준인 213포인트 정도가 고점에 비해 떨어져 730대까지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헤지펀드 규모가 추정했던 7000억~8000억달러보다 훨씬 많은 1조1000억달러에 이른다는 보도로 헤지펀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주식 등 유가증권뿐만 아니라 금 원유 같은 상품에 대한 헤지펀드의 투기포지션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투기자금이 요동치는 과정에서 한국 증시도 폭풍의 회오리에 파편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닭장 속에 갇힌 여우 되나?
외국인은 12일 2354억원어치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도 114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주로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한국전력대우조선해양LG화학현대자동차국민은행포스코 KT&GLGSK텔레콤 등 한국을 대표하는 것들이었다.
주가가 비쌀 때는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지만, 외국인의 2조6000억원에 불과한 매물로 주가가 160포인트나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60조원이나 감소하자 ‘당황해서’ 주식을 되사고 있는 양상이다.
대만에서는 국내 매수기반이 튼튼해 외국인이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 팔아도 주가는 한국에 비해 덜 빠져 ‘마음 놓고’ 주식을 팔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외국인이 주식을 조금만 팔아도 주가는 곤두박질쳐 팔고 싶으면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주가가 낮을 때 먼저 주식을 산 외국인이야 아직도 이익이 나고 있는 상태지만, 뒤늦게 올들어 주식을 산 외국인들은 이미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배고픈 여우가 닭장에 들어가 닭을 마구잡이로 잡아먹다가 배가 불룩 튀어 나와 닭장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닭 주인에게 잡히고 만다는 이솝우화처럼, 외국인도 한국 증시라는 ‘늪’에 빠진 셈이다. 그들이 주식을 살 때는 주가가 올라 좋아했지만, 막상 팔려고 하니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가 여기서 끝나면 외국인이 놀다 지쳐 포기했다고 무시하면 된다. 하지만 외국인이 사 주가가 오를 때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 매도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주가도 함께 추락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에 주식시장의 안방을 내준 고통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물타기 성공..추가 매수는 신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