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인, 선물대량매도 속셈은

[내일의전략]외인, 선물대량매도 속셈은

홍찬선 기자
2004.05.24 16:51

[내일의전략]외인, 선물대량매도 속셈은

‘외국인이 주가지수선물을 대량으로 매도하는 속셈이 무엇일까?’

요즘 증시의 관심은 온통 외국인의 선물매도에 쏠려 있다. 현물에서는 주식을 사면서도 선물에서는 대량으로 매도하는 엇박자를 보이면서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선물을 매수해서 차익매수를 유발해 주가가 상승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으나, 주가지수선물 6월물의 외국인 누적순매도가 2만3541계약이나 되자 그들의 ‘정체’와 ‘의도’를 몰라 앞으로 증시전망을 하기 어렵다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외국인 선물매도에 발목 잡힌 종합주가 800 회복

2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주말보다 13.28포인트(1.69%) 오른 799.64에 마감됐다. 이틀동안 30포인트 넘게 상승해 투자심리가 상당히 안정됐지만 800선 회복에는 실패해 한계를 나타냈다. 코스닥종합지수도 7.55포인트(1.92%) 상승한 400.56에 거래를 마쳐 400선을 가까스로 회복했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226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다만 매수가 4397억원으로 평상시의 3분의 2수준에 머문 반면 매도가 2127억원으로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해 순매수 규모가 커졌다는 게 한계였다.

또 외국인은 주가지수선물을 3153계약(1639억원) 순매도해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종합주가가 장중에 몇차례 800선 위로 올라섰으나 외국인이 장중에 선물을 4500계약 넘게 순매도해 800선 아래로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지난 12일 선물을 4204계약 순매도한 뒤 9일(거래일기준) 동안 1만8085계약이나 순매도해 누적순매도가 2만3541계약으로 늘어났다.'죄수의 딜레마' 벗어나기

선물을 파는 외국인의 정체와 의도는?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으로 내다팔아 현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누가 왜 파는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함춘승 씨티그룹증권 사장은 “일부 뮤추얼펀드에서 베타(주가변동성)가 낮은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어 일부는 선물로 헤지할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대량 매도는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투자를 하는 뮤추얼펀드는 선물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며 “최근에 선물을 대량으로 파는 것은 트레이딩(단기추세매매)하는 투자자일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증시에서는 선물을 대량으로 파는 외국인에 대해 3가지 설(說)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지난번 주가폭락으로 주식을 다 팔지 못한 일부 헤지펀드들이 주식매도를 앞두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물을 내다판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자문사장은 “24일 선물을 판 외국인은 매도방법으로 볼 때 매매를 많이 해본 것으로 보인다”며 “선물을 파는 외국인은 뮤추얼펀드는 아니고 헤지펀드이거나 홍콩 물고기같은 트레이더일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둘째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설이다. 개인들이 선물을 대량으로 내다팔면 진짜 외국인과 기관들이 ‘엎어치기’를 해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 등록을 한 뒤 매도해서 주가가 떨어지면 환매수해 이익을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번 주가 폭락과 급반등 과정에서 엄청난 손해를 봤기 때문에 이렇게 대량으로 선물 팔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셋째 프로그램 차익거래의 불균형을 노린 투기거래라는 설이다. 이날 차익거래 매수잔고는 4297억원인 반면 매도잔고는 7496억원에 이른다. 매도잔고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선물가격이 조금만 올라 콘탱고가 되면 차익매수가 급증하고 주가도 많이 오를 가능성이 많다. 이를 노리고 일단 선물을 팔아 불균형을 크게 하면서 현물을 싸게 산 뒤 상황이 반전될 때 이익을 노린다는 것. 개인 선물투자자들의 힘이 약해진 상태여서 외국인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이 제기되지만,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 역시 신빙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기술적 반등의 연장선..820을 강하게 돌파하지 못하면 되밀릴 우려

국제유가 차이나쇼크 미국금리인상 주한미군철수 등 증시주변 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외국인의 대량 선물매도까지 겹쳐 있어 강한 주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가 좀처럼 살지 않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 부장은 “가장 큰 매수세력인 외국인이 앞으로 증시를 낙관하지 못하고 리스크에 대비하면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종합주가는 하락폭의 절반을 회복하는 820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나 그 위로 급하게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춘승 사장도 “미국 기업의 실적이 앞으로 6개월 동안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 주가는 10% 정도의 하락 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소비가 부진하고 수출도 모멘텀이 약해질 것으로 보여 미국 증시가 약하면 한국 증시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조흥투신운용 김성기 주식운용팀장도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으로 매도한 이유를 알지 못해 주가가 올라도 찜찜하다”며 “종합주가 800선 돌파에 힘이 들 정도로 800은 이제 힘겨운 저항선이 되는 양상”이라고 밝혔다.'까치밥' 상승, 바닥 아직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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