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예단하지 말고 순응하라
30도를 웃도는 때 이른 무더위로 증시가 더위를 먹고 심한 무기력증에 빠졌다. 고유가의 장기화 등으로 펀더멘털(기업 실적)에 대한 의심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외국인 매도로 수급이 꼬여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추가하락에 두려움을 느끼는 투자심리는 봄바람에 흔들리기 쉬운 여심(女心)처럼 주가 상승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한 채 하락할 조짐만 있으면 팔고 보자며 불안하다. 실적-수급-심리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3대 요소가 모두 불안하니 주가가 떨어질 때는 급락이지만 오를 때는 조금만 상승해도 숨이 찰 정도로 벅차다.
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0.68포인트(1.39%) 오른 780.74에 마감됐다. 코스닥종합지수도 2.92포인트(0.74%) 상승한 397.8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새벽에 미국의 나스닥지수가 1.44%, 다우지수가 0.65% 하락한 영향으로 외국인이 1000억원 넘게 순매도한 것에 비해선 선방한 셈이다. 하지만 전날 34포인트나 급락한 데 대한 반등으로는 너무 적게 올라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
기술적 요소로 볼 때 증시는 대세하락 국면
경기선으로 불리며 증시의 대세 판단의 기준 중 하나인 종합주가지수 120일 이동평균이 지난 5월 10일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돌아선 뒤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떨어지지는 않고 있으나 오름세가 꺾였다는 점에서 대세하락의 첫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번째로 대세하락을 예고한 것은 5월중 월봉이 음봉을 나타냄으로써 3개월 연속 음봉이 생겨 흑삼병(黑三兵)을 만들었다. 주가가 대세상승 중에 고점을 만든 뒤 하락하기 초기에 월봉상 흑삼병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향후 주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셋째로 대세하락을 확인시켜주는 장기 데드크로스가 오는 8일이나 9일 쯤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현재 60일 이동평균은 854.09이고 120일 이동평균은 849.32. 60일이 하루에 2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반면 120일은 거의 정체 상태여서 이르면 8일, 늦으면 9일중 장기 데드크로스 발생이 거의 확실하다.
김석규 B&F투자자문 사장은 “현재 증시는 대세상승이 끝나고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가 오르는 것은 대세하락 과정중의 반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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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더멘털→수급→심리의 불안한 3중창..삼성전자 비틀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비틀거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7500원(1.58%) 오른 48만1000원에 마감됐다. 1/4분기에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63만7000원까지 올랐던 것보다 15만6000원(24.5%)이나 떨어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2/4분기에도 한달에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 마진율(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TFT-LCD의 재고가 늘어 하반기에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반도체 가격도 하락 중에 있어 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
실적에 대한 우려감은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를 유발하고 있다. 외국인은삼성전자를 4일 140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3일 1076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에 비하면 미약하다. 삼성전자의 약세는LG전자(619억원)와삼성SDI(113억원)의 순매도를 유발하고 휴대폰 TFT-LCD 부품업체들의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연쇄적으로 미치고 있다.
중국 쇼크 영향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포스코와현대차및 아파트값 불안과 중소기업 연체 등의 영향을 받고 있는국민은행은 주가 그래프가 역배열이 나타나는 등 이미 대세하락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종합주가 750~850의 박스권 등락..유가와 미국 고용지표 등에 따라 방향 결정될 것
국은투신운용 김영일 주식운용본부장은 “펀더멘털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고 있고 시장의 불안심리가 지나치게 과장돼 있어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주가는 기업 실적(펀더멘털)을 반영하기 때문에 2002년~2003년처럼 주가가 급락하기 보다는 750~850의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 경제 동향”이라며 “미국 경제가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나타내며 건강한 모습이기 때문에 주가가 현재 수준에서 폭락하는 일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석규 B&F투자자문 사장도 “유가가 중단기적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있고 4일밤 발표되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전월 수준보다 많아진다면 주가는 박스권의 상단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떨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중국 홍콩 영국 미국 한국 등 전 세계의 부동산값이 떨어질 잠재적 불안요인이 남아 있어 유가가 떨어지지 않고 미국 고용지표가 그다지 좋지 않으면 700선 안팎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균형감과 항상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
주가가 급락하거나 급등하면 사람들은 흥분해서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다. 그것은 증시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해 주가급락이나 급등 원인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 자신의 본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군중심리에 휩쓸리기 때문이다.
증시가 앞으로 어떤 방향을 잡을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섣부른 예단에 따른 성급한 행동은 잘못된 결과로 이끌 가능성이 많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증시여건이 불투명하지만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싸다”며 “주가는 생각한 대로 폭락하거나 급등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균형감을 유지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