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성장률보다 '사기'높여야
우리경제는 위기인가. 기업인들은 대답하지 않는다. 위기라고 말하면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대통령이 경고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우리경제가 거시지표는 좋은데 미시지표는 나쁘다면서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로 정부의 규제등 시장개입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정부규제만으로 현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한편, 조순 전 부총리는 거시지표만 볼 때 우리경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정부가 주장해도 반론하기 어렵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신용불량자가 양산된다는 말인가.
이와 관련, 민간연구소들은 투자지표등에 착시현상이 있고 기업의 수익도 상위 15%기업이 85%의 수익을 차지하는 등 경제의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거시지표는 주로 대기업의 지표이기 때문에 서민이나 중소기업에게는 전혀 혜택이 안돌아가는 상황에서도 거시지표는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경제를 어떻게 진단해야 하나. 공식적으로 우리경제는 "내수는 안좋지만 수출이 좋아서 그런대로 괜찮다"고 설명된다. 수출이 좋은 대표적인 업종이 자동차다. 그런데 자동차회사 대표에게 "수출이 잘되니 좋으십니까"하고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아마 얼굴을 찡그릴 것이다.
내수가 안좋아 자동차가 팔리지 않으니 가격을 깎아서라도 밀어내기 수출을 하고 있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역조건이 안좋아져 이익은 별로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수출은 잘되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한 관리가 있다면 그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실상을 보고한 것도 아니다.
수출이 늘어나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올 1/4분기에 105%나 된다. 그러나 내수가 마이너스 4%로 떨어져 수출기여도를 깎아 먹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5.3%의 성장을 했다.
5.3%의 성장이라면 우리경제의 잠재성장율에 해당된다. 잠재성장율이란 노동력과 금융자원을 총동원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율을 말한다. 그 이상 성장하자면 물가가 오르고 거품이 생기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이런데 왜 실물 경제는 썰렁하기만 할까.
통계적 성장율은 잠재성장율에 육박하는데 분위기는 썰렁한 경제를 어떻게 살려야 하나. 현상황에서 내수진작을 하면 경제는 6%이상 성장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거품경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내수진작을 하지 않으면 투자도 떨어지고 청년실업, 가계부채등 만성적인 문제들이 악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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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경기부양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래도 6%성장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자면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이 지속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기업이 투자를 해야 가능한 것들이다. 정부가 경기부양을하지 않겠다면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기업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무엇보다 기업가 정신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정주영 회장이 조선업을 일으키고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투자를 시작하고 김우중 회장이 세계화를 부르짖는 것 같은 기업가 정신을 지금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성장율은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걱정해야 한다.
과거 기업인들은 대통령과의 친분도 상당했다. 박대통령은 정주영, 박태준 같은 기업인을 적극 지원했다. 김우중 회장의 세계화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같이 본다면 노 대통령도 친분있는 기업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끔 재계인사들과 회동하지만 기업인들은 대통령 앞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대통령 앞에서 자신있는 기업인이 많아져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경제는 성장율로 설명하기 보다 분위기로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