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규제완화시대의 금융감독

[기고] 규제완화시대의 금융감독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
2004.06.23 11:10

[기고] 규제완화시대의 금융감독

최근 금융감독기구의 개편방향과 관련된 논쟁을 지켜보면서 감독을 받는 입장에 있는 증권업계에 종사해오면서 겪은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1980년대 후반 일본 도쿄에 파견되어 코리아 · 유럽 펀드를 팔기 위해 일본의 중견 증권사 몇 군데와 구두 약속을 해놓고 있었다. 그런데 판매대금 납입일 이틀을 앞두고 매입을 약속 했던 증권사로부터 매입이 불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증권거래법상의 유가증권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당시의 코리아 · 유럽 펀드는 발행 후 6개월 동안은 본권으로 주지 않고 보관증(Depositary Receipts)을 내주도록 되어 있었다. 6개월이 지난 후에는 보관증을 그냥 갖고 있어도 되고 희망하면 본권으로 바꾸어주는 형태였던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모 대형증권사가 투신수익증권 본권이라면 몰라도 수익증권의 보관증은 증권거래법상의 유가증권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을 했다는 것이다. 자기네와 같은 중소형 증권사로서는 자신이 없기 때문에 대형증권사의 해석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필자는 당시 이 분야의 전문가인 일본 감독기관의 한 간부를 만나 사정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그는 “6개월만 지나면 본권으로 바꿀 수 있는 증서를 유가증권으로 보지 않는다니 규제완화시대에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라고 말하며 당시 영국기업이 발행하여 일본에서 공모했던 비슷한 성격의 유가증권 사례를 설명해주는 것이 아닌가.

이 말을 그대로 그 중소증권사 간부에게 전하자 그 반응이 놀라웠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어요? 그렇다면 매입을 해도 되겠는데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무사히 납입을 마쳤다.

금융감독체계에 절대적 이상형은 있을 수 없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문화, 사회, 제도 등을 고려하여 건전한 금융시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필요한 감독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감독체계 개편에 앞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급속한 규제완화 과정에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한다.

규제완화로 그레이죤(Gray Zone)이 늘면 감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성이다. 아무리 사명감과 윤리감에 불타고 있어도 파생상품을 포함하여 점차 복잡해지는 금융시장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감독은 힘들다.

IMF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규제완화 과정에서 업계 종사자들이 가장 아쉽게 생각한 것중 하나는 어떤 사안에 대해 감독당국자들을 이해시키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금융감독당국은 금감위, 금감원, 재경부로 나뉘어 있어서 업무가 중복되고 정책결정이 지연된다. 또 순환보직으로 전문성도 떨어진다. 어떤 사업을 하려할 경우 감독당국을 모두 돌아다니면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감독당국은 사명감에 불타는 통제집단이 아니라 급변하는 시장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여 시장 기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 집단이어야한다. 현재의 복잡한 감독기구를 통합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며, 좀 더 시장에 가까이 다가가서 시장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