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타워팰리스와 서민아파트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돈과 명예를 모두 거머쥔 몇 안되는 금융 CEO다. 그는 지난 2001년 48살의 나이로 한미은행장에 스카우트돼 국내 은행업계에서는 처음으로 40대 은행장 시대를 열었다. 올들어서는 한미은행의 새 주인이 된 씨티그룹으로부터 신임을 받아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통합 은행장으로 선임됐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행장 앞에는 늘 `선진 금융기법을 체득한 전문가로 국내 금융개혁을 선도한다'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어디 명예만이랴. 하행장은 한미은행 상장 폐지를 계기로 지난 4월말 자신이 갖고 있던 스톡옵션중 일부인 65만주를 행사해 53억원의 차익을 거두었다. 세금을 빼고도 도곡동 타워팰리스 101평 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이다.
하행장은 그가 스톡옵션 행사로 큰 돈을 벌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어느 자리에선가 "타워팰리스 1채값 밖에 안되는데.." 라고 했지만 한편 생각해 보면 은행 매각을 계기로 큰 돈을 번 은행장과 앞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될 자신들의 처지를 비교하면서 느꼈을 한미은행 직원들의 소외감이 미루어 짐작된다.
<? include "http://www.moneytoday.co.kr/notice/click_money.html"; ?> 그래서였을까. 지난 주말 한미은행 노조가 파업을 선언하면서 내건 요구 사항에는 고용안정 및 독립경영 보장, 상장폐지와 같은 것도있지만 이전의 국민은행이나 조흥은행 파업 때에 비해 돈과 관련된 부분이 유난히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총 4100억원 규모로 알려진 36개월치의 특별보너스와 씨티은행 서울지점과의 통합에 따른 보로금 지급 요구다.
한미은행 노조는 씨티은행 서울지점 노조가 외환위기 이후 미국본사로 송금한 돈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는 1000억원을 한미은행과의 통합에 따른 보너스로 요구하고 있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앞으로 한미은행이 10년간 매년 5000억원씩 최소 5조원 이상을 벌게 될 것인 만큼 그중 10분의 1을 씨티은행 인수로 고용불안에 시달릴 노조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4100억원을 2700여 한미은행 직원수로 나누면 대략 1억5000만원이 된다. 타워팰리스의 최소 평형인 29평짜리 값이 7억원을 넘기 때문에 도곡동 쪽은 꿈도 못꾸지만 그래도 상계동이나 일산의 20평형짜리 서민아파트는 살 수 있다.
노조 입장에서는 타워팰리스도 아니고 변두리 서민아파트 한 채 값인데 뭐 그리 대단한 거냐고 할 지 몰라도 한미은행 관계자의 말처럼 씨티는 차라리 인수를 포기하면 했지 4100억원의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진 않을 것 같다. 선진 외국계 은행이라는 곳이 대개 그렇다. CEO에 대해서는 수백만주의 소톡옵션에다 수백만달러의 연봉을 주지만 창구업무나 보고, 예금이나 유치하고, 대출세일이나 하러 다니는 일반 직원들에 대해서는 냉혹하다.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임금수준이 한미은행의 60∼70%에 불과한 현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상장폐지 철회나 독립경영 보장을 얻어 낼 것 같지도 않다. 파업 6일째지만 씨티그룹은 노조의 요구에 들은 척도 않고 있다. 애초 타워팰리스에 마음이 흔들린 게 잘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