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거품과 함께 사라지다

[광화문] 거품과 함께 사라지다

김영권 정보통신부장겸 특집기획부장
2004.07.15 11:04

[광화문] 거품과 함께 사라지다

 버블의 힘. 그 힘을 실감할 수 있었던 첫번째 경우는 70,80년대 강남개발 붐이었을 것이다. '강남 졸부'들을 탄생시킨 그 버블은 사람들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땅만 한자락 잘 잡으면 단방에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꿈에 도취했다. 로또만한 확률이라도 내가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이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두번째 경우는 주식이었다.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처음 1000포인트를 넘던 1989년. 사람들은 거침없이 치솟는 주가에 홀려 또 다시 환상에 젖었다. 주식 하나만 잘 고르면 고단한 인생을 확 뒤바꿀 수 있다는 꿈. 그건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세번째는 과잉투자. 재벌들의 문어발식 사세확장과 무모한 투자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할 정도다. 기업들마다 `대마불사'의 신화를 그리면서 빚더미 위에 거대한 모래성을 지었다. 97년 30대 재벌의 부채비율은 519%였다.

 네번째는 환율에서 일어났다. 원화가치를 부풀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고 나니 진짜 선진국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서둘러 OECD에 가입하고, 부를 즐겼다. 과대평가된 원화가 보장하는 막강한 구매력에 사람들은 돈 쓰는 재미를 실감했다.

 다섯번째는 벤처-코스닥 붐. 누구나 벤처 또는 닷컴 이름만 걸면 전주들이 돈 보따리를 들고 몰려 들었다.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을 수백배씩 부풀려도 베팅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패도 살피지 않고 `올인'하는 화끈한 도박. 그 짜릿한 긴장감에 나라 전체가 술렁거렸다.

 여섯번째와 일곱번째 버블은 최근 몇년 사이에 연달아 일어났다. 이른바 `카드거품'과 `부동산거품'의 동시상영. 정부가 내수를 살린답시고 소비와 건설경기를 마구 부추기다 탈을 낸 것이다.

 이 일곱번의 버블은 예외없이 모두 터졌다. 거품이 큰 만큼 터질 때 충격도 컸다. 반토막이 난 주가가 그랬고, IMF 사태가 그랬다.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대란 역시 심한 고통을 수반했다. 이런 거품에 놀라고 당해서일까. 시중에 넘치는 돈이 부동산 쪽에서 국지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경제 어디에도 거품 기미가 없다. 경제가 마치 물먹은 종이장같다. 투자도,소비도,저축도 올 스톱이다. 경제심리는 추락 또 추락이다. 사업을 일구려는 기업가 정신도 맥이 풀렸다. 모든 게 거품과 함께 사라졌다.

 거품이 무서운 건 도박성 투기심리를 엔진으로 삼기 때문이다. 미래를 판돈으로 건 투기와 미래를 열기 위한 투자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 그래서 거품을 쫙 뺀다고 `리스크'를 걸고 도전하는 `신바람'까지 빼서는 곤란하다. 구조조정을 한다고 거품빼고 군살빼고 하는 것은 좋지만 기력까지 빼서는 안된다. 그건 `죽음'의 다이어트다. 부동산거품을 뺀다고 건설경기를 죽이고, 문어발식 경영을 바로잡는다고 투자의욕을 꺾는 건 `희망의 싹'을 자르는 행위다.

과속-과열-비만경제를 바로 잡는다고 엑세레이터는 제쳐 두고 브레이크만 걸다가 시동까지 꺼뜨리면 경제는 죽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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