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대박은 '위기'때 온다
20년이 다 돼가도록 만나지 못했던 선배를 최근 우연히 만났다. 3명씩 사용하는 대학 기숙사에서 그는 2학년 ‘방장’이었고 난 ‘방졸’이었다. 학구열이 높았던 그가 연구원이나 교수가 돼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날 머니투데이 신문의 CEO인터뷰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놀랍게도 그는 자기자본 500억원이 넘는 상장사의 오너 CEO였다. 오랜만에 만나 그동안 지내온 얘기를 나누면서 그가 ‘위기 투자’에서 성공을 거둔 것을 알게됐다. 증권사에서 평범한 증권맨으로 출발한 그는 1996~98년 IMF위기를 전후해 소신껏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두게 됐다고 했다.
“98년만해도 삼성 등 몇 개 기업 빼놓고는 모두 당장 망할 기업 취급을 했었다. 난 그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기업내용을 냉정하게 들여다 보면 멀쩡할 뿐만아니라 훌륭한 기업들이 많았다. 97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임창렬 부총리가 구제금융받기로 했다는 발표를 할때부터 ‘아 주식을 사야할 때구나’라고 생각했다..”
돌이켜 보면 98년은 DJ정부가 출범해 금융.기업구조조정을 본격화하던 때다. 5개 은행이 문을 닫고 수많은 부실기업들이 퇴출됐다. 구조조정은 시장의 부실을 도려내는 외과수술이었다. 온통 시끄럽고 불안했다. 98년 9월 종합주가지수는 29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당시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IMF위기를 “(위기로)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라고 했다. 주가는 1년뒤에야 1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소위 주식시장의 ‘고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위기를 기회로 삼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가 문제야. 경제정책이 잘못됐어.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망할 거야”라고 아우성치고 주가가 떨어질 때 그들은 매수 타이밍을 잡는다. 최근 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경쟁으로 생존모델이 보이지 않자 증권주를 타겟으로 잡는 고수도 있다고 한다. 살아남은 증권사는 퇴출 증권사가 차지하고 있던 몫을 넘겨받을 것이란 논리다.
스타벅스가 연 6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5년만에 100호점을 연데 이어 올해말까지 10개를 더 늘린다니 “내수 침체때문에 못살겠다”는 말이 무색하다. 내수 침체, 실업대란, 경제위기인데 왜 한잔에 4000~5000원짜리 비싼 커피가 불티나게 팔리는가? 그들은 뭘 믿고 점포를 또 늘리는가?
독자들의 PICK!
시장의 신진대사가 활발할 때 위기감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패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승자들은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한국인들이 ‘비관적 오류’에 빠져있다”고 단언한다. 사실 신문을 보면 경제를 나쁘게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단어들이 총동원되는 듯하다. 경제위기, 장기불황, 종합병동, M자형 침체 등등.
그러다보니 상장기업들이 사상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는데도 한국인들은 주식을 거들떠 보지 않고 그동안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싹쓸이했다. 이 전무는 이러다가 한국의 중산층이 재산을 늘릴 기회를 영영 잃게될 것이라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