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경제가 기가 막혀

[광화문] 경제가 기가 막혀

김영권 정보통신부장 겸 특집기획부장
2004.08.26 12:35

[광화문] 경제가 기가 막혀

'동쪽 문이 닫히니 서쪽이 답답하다.' 그야말로 엉뚱한 '동문서답'이다.

이와 꼭 같은 일이 얼마 전 벌어졌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과 경제5단체 간담회. 재계를 대표하는 5단체장이 이날 건의한 내용은 굵직한 분류항목으로만 23가지다. 기업투자 활성화, 공정거래법 개정, 노동관계 법-제도 개선, 교육-의료시장 규제완화, 연기금 투자 활성화 등 하도 많이 들어 일일이 열거하기도 식상할 정도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친기업적으로 가야하는데 기업들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반기업정서를 해소하는데 정부가 앞장서 투자 분위기를 진작시켜달라. 경제가 중요한데 불행하게도 다른 이슈가 많아진 것 같다. 내셔널 어젠다(국가적 의제) 가운데 다른 것들은 조용하게 할 수 없나"(이수영 경총회장)

"우리나라는 기업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기 때문에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된다"(김재철 무협회장)

"우리는 시장경제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참여정부의 경제철학과 시장경제 철학에 어긋나는 정책은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재벌들은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상관없이 투자여력이 있다. 그런데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주장하는 것은 다른 배경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존경받을 일인데 그렇게 안되는 이유가 뭐냐. 가진 사람이 먼저 오픈해야 한다"(김희선 의원)

"(규제철폐 이유에 대해)기업들이 시민단체를 더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강봉균 의원)

이날 기업인들이 가장 많이 들었다고 여겨지는 답변은 세마디다 . "원칙에 안맞는다. 자초한 일이다. 스스로 알아서 하라"

간담회가 이런 식의 네탓 공방이라면 안하느니 못하다. 기가 꽉 막히고 맥이 탁 풀리는 간담회를 왜 하나 싶다. 마음과 귀를 닫고 있이니 동문서답이고 마이동풍이다.

물론 재계에서 주장하고 요구하는게 다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당의 입장이 모두 잘못됐다는 얘기도 아니다. 오히려 내 생각은 우리당 쪽에 가까운게 더 많다.

하지만 깊고 긴 불황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인들의 고민과 아픔을 끌어안지 못하는 여당의 고지식과 무관심, 몰인정과 매정에 대해서는 정말 불만이 많다. 이 불만이 나 혼자만의 것이라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재계 전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이 불만이 겹겹히 쌓여 더 이상 기업하기 싫어지는 의욕상실과 자포자기로 이어진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경제에 관한 한 앞으로 남은 절반도 지난 절반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꽝'이다" 나는 기업인들의 이런 체념이 겁난다.

독재자 박정희는 경제만큼은 똑 부러지게 챙겼다. 반면 요란하게 '역사 바로세우기'를 내세운 YS는 경제를 망쳐 나라를 사지를 몰았다. 그렇다면'과거사 규명'을 경제보다 중요한 현안과제로 내건 노무현 정부는 경제를 어디로 몰고가 역사의 어떤 평가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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