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불확실성의 롤오버

[내일의 전략]불확실성의 롤오버

신수영 기자
2004.09.14 17:31

[내일의 전략]불확실성의 롤오버

"오늘 쉰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조정이다. 지수가 중요한 분기점에 와 있는데 단번에 방향성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거래소 종합주가지수가 4거래일만에 아주 미세하게 조정받았다. 전날보다 0.06%, 0.49포인트 내려 거의 보합수준으로 볼 수 있지만, 음봉을 그렸다는 점이 찜찜하다. 이날 시가 857에서 시작해 859까지 오른뒤 848까지 하락했다가 851로 마감했다. 몸통길이가 6포인트로 길진 않으나 어쨌든 4거래일만에 보인 음봉이다. 이날 하루종일 종합지수는 500억원 안팎의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삼성전자(+1.79%)의 상승과 외국인의 매수(+1301억원) 등이 시장을 방어했다.

삼성전자와 종합지수 중요 지수대에 위치

삼성전자는 이날 1.79% 오른 48만3500원에 마감했다. 상승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48만원 중반대에 들어섰음에 주목해봐야 한다. 120일선(48만4400원)에 거의 근접했다. 장중 48만8000원까지 오르며 120일선을 돌파하는 듯 했으나 실패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물 중 22%가 6개월 기준으로 47만원~50만원 사이에 밀집돼 있으니 120일선, 나아가 50만원을 가볍게 뚫기는 어려워 보인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을 두고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수급상 긍정적' 정도로 의견이 모였다. 과거 사례를 돌이켜볼때 삼성전자의 자사주매입은 약세장일 경우 지수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2004년은 다소 상황이 다른데, 이는 상승추세의 정점에서 4월말 단기급락 요인이 됐던 3대 악재가 불거진 시기라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타이밍이 그러해서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종합지수 역시 중요한 지수대에 들어선 것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보통 약세장에서 나타나는 반등을 '되돌림'이란 말로 설명한다. 약한 반등은 보통 주가 하락폭의 23.6%~38.2% 정도를 회복하고 끝나며 강한 반등일 경우 낙폭의 절반, 아주 강하면 61.8%까지 상승하기도 한다.

지금 종합지수가 머물고 있는 지수대(582)가 바로 하락폭의 61.8%를 되돌린 지수대이다. 경험상 약세장에서의 지수 되돌림은 하락폭의 절반정도를 넘지 않아 왔다. 되돌림 현상이 매우 컸던 1995년 중반에도 종합지수는 최대 181포인트 올랐으나 하락폭의 60% 이상을 되돌리지 못했다.(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

또 850부근은 한차례 강력한 매물공방이 벌어질 만한 지수대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3월 12일 노 대통령 탄핵당시 지수가 하락하며 물린 물량이 모여 있는 곳이 여기에 있다"며 "최근 1년을 기준으로 했을때 840~870 사이에 22% 가량의 매물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는 1년간 거래된 거래량의 1/5 이상이 약 30포인트 사이에 집중됐다는 의미가 된다. 홍 팀장은 "여기가 마지막 저항선으로, 이를 뚫고 올라가면 다시 대세상승이 시작됐는지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중요한 저항선을 돌파할 만한 모멘텀은 아직 없어 보인다. 이날 국내증시가 FTSE 선진국 지수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선정되긴 했으나 편입되더라도 2006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하는데다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진 재료다. 이 외에는 최근 반등중인 미국증시에 주목할만 하다.

미국 증시 오르며 커플링 지속되야

지난 주말 노키아 실적 전망 상향을 계기로 미 지술주들이 모처럼 상승세를 탔다. 지난 새벽 나스닥 지수는 1910으로 마감해 2개월여만에 1900선을 회복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는 3일연속 12% 급등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4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시장에서는 악재에도 시장이 악재로 반응하고 있지 않아 반도체 지수가 바닥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밤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에 포함된 브로드컴(Broadcom, brcm)이 중간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이 예상보다 5~6% 하향조정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 회사주가는 9.3% 급등했다. 이는 지난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xn)과 내셔널세미컨덕터(nsm)가 재고 증가를 이유로 역시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른 것과 같은 현상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8월 중순 후 내수주 상승시에는 해외증시와 디커플링되는 현상을 보이다가 지난주말부터 기술주들이 오르면서는 미 기술주와 연동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오늘 새벽 브로드컴 주가 상승 등을 보면 재료가 좋았다기 보다 미 기술주는 반등이 있을 시점이라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술주에 대해 가격이 싸다는 논리가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820선 이상에서는 미국과 커플링이 나타나고 있어, 국내 증시 추가상승의 조건이 되고 있다"며 "국내 증시 안쪽으로만 보면 내수주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양호한 선순환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변동성 지수의 경고

미국 기술주 상승과 함께 고려해봐야 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미 S&P500 변동성 지수(3주 이동평균)이 최근 저점을 다시 경신했다는 점이다. 현재 13.17을 기록했는데 지난 4월말 세계 증시가 하락했던 무렵에 기록한 12.89에 거의 도달했기 때문이다.

임송학 교보증권 이사는 "199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이렇게 시장을 한방향으로 믿고 있다는 것은 역으로 하락에 대한 위험이 높아졌다는 의미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이후 S&P 기업의 분기별 실적 전망치를 보면 3분기 들어서 특히 IT섹터가 하향조정되고 있다"며 "지수 상승을 위해서는 IT주 펀더멘털의 뒷받침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 IT주 상대 수익률 차원에서 미 나스닥 지수의 하락추세대 상단선 정도까지는 추가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긴축 우려 대두된다면..

최근 중국에서는 경제 과열이 식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지표가 나오며 중국정부의 경제억제 정책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지난 8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3%를 기록해서 7년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8월 산업생산은 15.9% 증가해 6개월만에 상승반전했다.

만일 중국 긴축정책이 강화된다면 증시는 지난 4월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당시 지수는 940을 바라보다가 중국 긴축우려를 시작으로 3대 악재(고유가, 미 금리인상, 중국 경제 경착륙)가 불거지면서 급히 조정받았다. 임 이사는 "상반기 중국 경착륙 우려가 높았으나 실질적으로 과열이 진행됐다"며 "만일 중국이 하반기 보다 강력한 과열억제에 나서게 된다면 국내에 다시한번 차이나 쇼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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