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본시장 현주소'의 풍경

[기자수첩]'자본시장 현주소'의 풍경

최규연 기자
2004.09.15 11:57

[기자수첩]'자본시장 현주소'의 풍경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숙소다. 호텔측은 하루 묵는 비용을 묻자 "손님에 따라 크게 다르다"며 답변을 사양했다. 호텔 직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외국인 귀빈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건축하도록 지시해 지어진 곳"이라고 했다.

 

이 연회장 1층을 `외국인 손님'이 통째로 빌렸다. 불과 몇해전만해도 우리나라에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캐피탈그룹이 그 주인공.

영빈관의 주빈이 된 그들을 찾아 윤종용삼성전자부회장, 최태원SK회장, 최영휘신한지주사장 등 국내 기라성 같은 CEO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서빙하는 호텔 직원들은 "캐피탈그룹이 뭐하는데지?"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최태원 회장은 면담에 앞서 "투자자가 뵙자고 하면 만나야죠"라고 말했고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도 "대주주라면 당연히 와서 (회사 사정을) 설명해야지요"라고 말했다. 국내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은 웬만해선 얼굴 구경조차 할 수 없는 회장님들이 이날엔 면접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같았다.

 

이날 영빈관을 방문한 4명의 경영자들이 속한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95조원. 우리나라 상장사 총 시가총액의 1/4에 달한다. 한국의 노른자 기업이자 간판기업들이다.

 

거래소시장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15%에서 최근에는 44%로 3배로 뛰었다. 높아진 외국인 지분율만큼 국내 주요 기업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영향력도 커졌다. 이날 영빈관의 풍경은 우리 자본시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증권예탁원은 이날 올해 중간배당 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12월 결산 상장ㆍ코스닥등록 법인 중 28개사가 총 1조2511억원을 중간배당했는데 이 가운데 외국인 주주가 8246억원(65.9%)을 받아갔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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