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7대국회, 구태 답습할건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결국 야당의 반대속에 여당의 통과강행이라는 구태로 갈 모양이다. 17대 국회의 첫 몸싸움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어제 열렸던 정무위 전체회의도 한나라당 의원이 불참, 무산되고 오늘 다시 처리된다.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이 개정안은 재벌에 대한 출자총액제한 유지와 계좌추적권 부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기업 지배구조개선이라는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현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이렇게 서둘러서 강행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며 개정안이 기업 투자활성화에 장애로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날 정무위 회의는 개정안 내용에 대한 갑론을박 끝에 결론을 못 내리고 무산된 것이 아니다. 여야 서로가 '날치기'와 '무작정 지연'을 하고 있다는 절차상 문제를 걸고 넘어지며 결국 무산이 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리당이 국회법을 위반하고 회의를 소집, 다수의 힘을 이용해 자기들끼리 법을 통과시키는 날치기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우리당 의원들은 협의가 안될 경우 위원장 직권에 의해 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국회법 규정에 그대로 나와 있는 것이며, 한나라당이 개정안에 불만이 있으면 토론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해야지 무조건 회의에 불참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리당은 결국 16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개정안의 정무위 통과를 성사시킨다는 단언을 했고, 한나라당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정무위 통과가 지연된 15일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민생경제에 집중하고 정쟁을 지양한다'는 원칙에 합의를 했다. 원내대표간에 합의가 있은지 불과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소속의원들이 그것을 뒤집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17대 국회는 여느 역대 국회보다 신선하고 참신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런 다짐이 스스로의 말잔치에 머물지 않도록,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