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위와 조자룡의 헌칼

[기자수첩]공정위와 조자룡의 헌칼

여한구 기자
2004.09.29 19:05

[기자수첩]공정위와 조자룡의 헌칼

최근 대법원이 1999년 삼성SDS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 230억원 어치를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 등 삼성 관계인 6명에게 시가보다 싼 값에 판매했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158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고 확정판결을 내렸다.

부의 세습이 이뤄질 여지가 있다는 것과 특수관계인에게 지원된 것만 가지고서는 공정거래를 해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게 재판부의 설명.

특히 '경제검찰'격인 공정위에 대해서는 "시장 현황과 특성, 지원 주체 및 객체의 관계, 동기 등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증거제시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사법부의 지적은 경제계의 공정위를 향한 불만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체들은 공정위가 자의적인 잣대를 가지고 부당내부거래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다고 틈만나면 항변을 해왔었다.

불신이 쌓인 기업들은 공정위의 처벌을 승복하지 않게 되고 이는 곧바로 소송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대법원 확정판결에서 공정위의 패소율이 55.6%나 되니 공정위 관련 소송증가는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절반 패 당하는 공정위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현재 공정위 과징금 부과에 기업들이 불복해 소송이 진행중인 사건은 103건에 소가만 3514억여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는 지난 1998년 공정위 발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 현대, 대우, LG, SK 등 당시 5대그룹에 대한 계열사 부당지원건도 포함돼 있으며 원심판단 등을 볼때 역시 공정위가 불리한 형국이다.

이런 현상은 결국 공정위의 권위 및 신뢰성 추락으로 연결된다. 기업들도 확정판결 전까지는 불명예를 감수해야만 한다. 그동안의 기업신뢰도 하락은 어디서도 하소연할데가 없게 된다.

이러다간 경제검찰의 영이 서기는 커녕 무시당해도 할말이 없어질 것이다.

따라서 공정위는 지금부터라도 처벌을 내릴 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증거확보와 명확한 잣대를 제시할 수 있도록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공정위는 '조자룡 헌칼 쓰듯' 권한을 남발할게 아니라 칼을 칼집에서 뺄낼때는 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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