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無관치 감독'의 외줄타기
새 국민은행장 후보에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이 내정된 것은 정부의 입김이 배제된 자율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정동수 국민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행추위가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고,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도 `관치'의 오해를 의식한듯 국민은행장 인선과 관련해 발언조차 꺼리는 조심성을 보였다.
이번 국민은행장 인사와 관련해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할 필요도 없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윤증현 위원장이 공연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감위와 금감원 임원들은 행추위의 강 내정자 발표 직전 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같이 "우리는 이번에 정말 모른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 물어보지도 않았고 아예 신경을 끄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정태 행장 징계 등과 관련해 '신관치의 부활'이라고 비판한 외부의 시선에 금융감독 당국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금융감독 당국과 재경부는 공식적으로는 강 행장 후보의 외국계 은행 근무경험과 합리적인 성품을 높게 평가하며 국민은행내 조율과 융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신임 행장 후보와 감사에 대해 `미덥지 못하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금감원의 한 임원은 "경영 악화와 조직통합 등 중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국민은행을 새로운 행장과 감사가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조심스럽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국민은행을 상대로 무관치 감독의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산규모 200조원이 넘는 공룡은행인 국민은행은 늘 정부가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나'조바심내며 지켜봐야하는 감독대상이다. 당국의 정책파트너로서 의미도 있다.
그런맥락에서 국민은행이 승승장구하면 문제가 없지만 국민은행이 잘못될 경우 감독당국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개입의 유혹을 느낄 것이나 `신관치'에 대한 외부의 시선 때문에 운신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행을 상대로 한 금융감독 당국의 외줄타기가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