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제와 정치논리
전세계에서 경제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정치적 이슈의 중요성을 넘어서고 있다. 칼 마르크스가 유물론에서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유명한 경구를 남겼듯이 경제(하부구조)가 정치·문화(상부구조) 등을 압도하고 있는 것.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채 20여일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문제가 이라크 전쟁·북핵문제·테러 등 정치 문제들을 누르고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노동부는 9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이 9만6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달의 12만8000명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인 14만5000명에 크게 못미쳤다.
미국의 고용이 실망스런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정치 평론가들은 경제 문제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고용은 소비 지출과도 직결되면서 향후 경제 향방을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핵심 경제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고용 문제는 미국 대선 2차 TV토론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다뤄지며 치열한 논쟁이 펼쳐졌었다.
호주에서도 경제의 힘이 크게 부각됐다. 존 하워드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국민연합은 지난 9일 치뤄진 총선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압승으로 4선에 성공했다.
한때 노동당이 이라크 파병의 정당성을 거론하고 나섰지만, 하워드 총리의 4기 집권은 유권자들이 저실업, 증시·부동산 활황 등 뛰어난 '경제살리기' 능력에 더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워드 총리가 집권한 96년 이후 호주 경제는 연 평균 3.7% 성장했으며, 실업률은 23년래 최저치인 5.6%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오히려 경제살리기가 정치 논리에 밀리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체감 경기는 갈수록 바닥을 치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리 당략에 따른 정략만을 내세우고 있으며 민생 등 경제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물론 올해 경제성장률이 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심리에 비해 현황은 그 다지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체감 경기가 바닥 수준이란 점을 인식하고, 체감경기가 곧 민심의 잣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