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반등 나오면 팔고 기다려라
분위기가 스산하다. 정치문제가 주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음(Noise)에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상승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Issue)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경제를 포기하고 정치개혁에 올인하면 경제와 증시는 더 어려움에 빠질 것”(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오늘(21일) 밤 가을비가 내리고 내일부터는 날씨가 쌀쌀해진다는 일기 예보다. 주가는 이보다 한발 앞서 싸늘한 영역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증시의 맛이 갔으며 종합주가지수 800은 물론 그 밑으로 떨어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한 투자자문회사 사장)는 지적이 다수론이 되어가고 있다. 슬프게도 ‘한국 증시 리레이팅이란 기대는 이번에도 한바탕 꿈’으로 끝나고 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모양새가 좋지 않다
‘위헌 결정’ 이후 외국인 막판 선물 대량 매도..주가 하락에 대비?
21일 증시는 하루 종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오르락내리락했다. 종합주가지수는 814.64~831.05 사이에서 등락하다 전날보다 7.98포인트(0.96%) 떨어진 820.63에 마감됐다.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는 대형 악재가 나온 것을 감안할 때 하락폭은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다. 코스닥종합지수도 4.40포인트(1.21%) 하락한 358.25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날 주가 하락은 전날 27포인트 폭락에 이은 하락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통상 급락 뒤에는 반등이 나오지만, 반등에 실패했다는 것은 시장 에너지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날 외국인이 위헌 결정 이후 선물을 대량으로 순매도했다는 것도 22일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외국인은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1223계약, 현물시장이 마감된 3시 이후에 1469계약 등 막판 45분 동안 2672계약이나 순매도했다. 이에따라 오전 11시까지 4074계약 순매수였던 외국인의 이날 순매수는 783계약으로 줄어들었다.
외국인이 현물에서 주식을 팔려면 시간도 없고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일단 선물로 주가하락을 헤지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5382억원 사고 5745억원 팔아 363억원 순매도였다. 10일 동안 1조5884억원 순매도였지만 이날 매도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지난 4월27일부터 5월11일까지 10일 동안 2조6194억원 순매도했던 것에 비해 1조원 이상 적다.
위헌 결정으로 정치 불안 확대..상승추세 멈추고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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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은 증시에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단기적으로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 불투명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호재(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위헌 결정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에 흠집이 갈 수밖에 없으며,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를 포기하고 ‘정치개혁’에 올인하는 무리수를 둘 경우 경제와 증시에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증시가 강할 때 정치적 요인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소음(Noise)일 뿐이지만, 어려울 때는 주가를 끌어내리고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Issue)으로 작용할 수 있다(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는 분석도 있다.
한 투신운용회사 운용담당 임원은 “외국인이 계속 팔아 주가가 떨어질 때도 주가는 수급구조 개선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며 “증시분석과 예측은 객관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고 해야 하는데 그동안 너무 희망사항과 예측을 착각하고 있던 것 아닌가하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종합주가 800은 이제 지켜지기 쉽지 않은 수준이 됐다”고 내다봤다. 장인환 사장도 “위헌결정보다는 외국인의 지속적 매도와 유가 상승 및 중국경제 우려, 미국 달러와 약세 등 악재가 겹쳐있고 주요 지지선이던 820~830선이 힘없이 무너진 만큼 800선 하락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첫 투매 동참, 패닉 땐 매수
파는 반등인가, 사는 반등인가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장중에 814.64까지 떨어졌다. 지난 6일의 장중 고점(896.24)보다 12일만에 81.60포인트(9.1%)나 급락했다. 지난 8월4일부터 2개월 동안 오른 182.25포인트의 44.8%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지수가 단기간에 급락함으로써 기술적 반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반등은 주식을 사는 반등이 아니라 팔지 못했던 주식을 파는 기회를 주는 반등일 가능성이 높다. 반등할 때 주식을 팔았다가 더 떨어져 패닉에 빠질 때 사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미국 달러화 약세와 중국 경제 둔화 등으로 수출 증가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위헌 결정으로 내수마저 더욱 침체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세계경제가 앞으로 6개월 동안 더 어려워질 것이 확실시되면 주가는 예상보다 더 많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이 매수로 돌아서고 유가도 떨어지며 중국 경제도 괜찮다는 등의 호재가 나오지 않는한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첫 투매와 시간과의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