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도이전 '남겨진 논란'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가 찍힌 21일 헌법재판소 기자실. 윤영철 헌재 소장이 또박또박 결정문의 주문을 읽어가자 곳곳에서 탄식이 일었다. 당황도 잠시, '기각'에 초점을 맞춰 미리 기사를 일부 작성해 놨던 기자들은 전혀 다른 방향의 기사를 쓰기 위해 재빨리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과거 가처분 결정을 먼저 하지 않고 본안 선고를 할 경우 대부분 '기각'이나 '각하'였던 점, 이례적으로 100일만에 선고가 이뤄진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인용 결정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거기다 8대1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위헌판정이 나올줄이야..
선고 직전 국정원과 열린우리당에서 나온 정보라며 '8대1 위헌'결정이 소문으로 나돌았으나 선뜻 믿기는 힘들었다. '수도이전 반대'가 당론인 한나라당조차도 합헌 결정을 받을 것이라고 체념한 듯,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헌재 판결에 관계 없이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혹시 인용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던 사람들도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불문헌법'이라는 논리는 생각치 못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헌법에 수도〓서울로 표시돼 있지 않아도 헌법적 차원에 다뤄야하는 사안이므로 수도를 옮기려면 '성문헌법'에 '수도를 충청도 어디로 정한다'라는 희한해 보이는 논리를 법조인도 예상하기 힘들었다.
선고가 있은 후 '그럼 행정수도 옮긴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과천종합청사보다 좀 규모의 관청 타운을 조성한다는 내용의 법률을 만들면 되나?', '국어사전과 경국대전이 국회 결정보다 우선?'이라는 등의 회의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헌재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수도의 의미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국가 중심기능을 수행하는 심장부로서의 기능적 효율성을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기능보다 전통, 국가의 정체성, 상징성 등 명분을 중시하는 왕조적 개념으로 봐야할 것인가. 헌재는 관습이라는 이유로 후자의 판단에 섰다. 수도이전을 수도권 과밀억제와 같은 실용적차원에 다룰 사안은 아니라는 경고다. 이런 맥락에서 수도이전은 여전히 세대간, 명분-실용간, 보수-진보간 갈등구도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