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흔들리는 충청도민
“아마 열에 일곱은 부동산에 뛰어들었을 거유. 촌구석에 처박힌 사람들까지 부동산 한다고 나섰으니께. 이 사람들 다 어찌될라는지….”
행정수도 이전 위헌판결이 내려진 뒤 기자가 충남 연기군 남면의 한 구멍가게에 들르자 아주머니가 끌탕부터 늘어놓는다.
충청권에 부동산 투기 붐이 일자 너나 할 것 없이 생업인 농사도 내팽개친 채 부동산에 달려들었다는 게 아주머니의 설명이다. 이미 동네 이장쯤이면 웬만한 부동산 전문가 못지않은 이력이 붙었다고도 했다.
신행정수도 예정지 주민들의 상당수가 수용을 대비해 미리 주변의 땅을 사놓았다. 하늘이 두쪽나도 농사는 지어야겠고,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는 상황에서 보상금만 기다릴 수도 없어 정부를 믿고 무리해서 주변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산 것이다.
문제는 농협 등 은행돈을 끌어다 쓴 경우다. 실제 십중팔구는 이런 사례다. 연기군의 한 농협 관계자는 대출신청이 갈수록 증가하자 본사의 자금까지 차입해 썼다고 털어놓는다.
땅값은 떨어질 것이다. 대토 목적으로 땅을 사놓았던 주민들은 땅값 하락은 물론이고 매달 이자에 허덕일 딱한 처지에 몰렸다. 가뜩이나 농가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행정수도만 아니면 사라해도 안 살 땅을 사놓고 빚잔치를 벌이게 된 것이다.
이들이 투기행각을 했다고 손가락질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땅값은 치솟는데, 언제 나올지 모르는 보상금으로는 비슷한 크기의 땅을 사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모든 주민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멍든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저 위에 고복저수지라고 있어유. 일년이면 보통 10명은 빠져 죽는 곳이지유. 서울 한강이 그렇다면서유? 이제 밤마다 경비를 서야 할 거예유.”조치원에서 만난 한 주민의 던지는 듯한 한마디가 아직도 귀를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