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중미제'(時中未濟)

[기고] '시중미제'(時中未濟)

송연수 신한은행 부행장
2004.10.29 12:25

[기고] '시중미제'(時中未濟)

급변하는 사회 경제적 변화를 보면서 연전에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들었던 '時中未濟'란 말이 떠오른다. 時中은 중용의 실천적인 의미로 "변통을 취한다는 것"이고, 未濟는 주역에 나와 있는 얘기인데 "끝난 것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를 붙여서 '時中未濟'라 하면 "상황과 때에 따라 진리는 항상 변한다" 또는, "변하고 있는 진리에 맞게 변화를 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데 옛날의 가르침이 어쩌면 이렇게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의연하게 살아 가슴 저리게 느껴지게 하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이라는 경영 패러다임은 그 동안 사회적인 발전에 따라 진화해 온 기업경영의 패러다임들을 모두 포괄하는 현 시대가 요구하는 경영 방식이라 하겠다. 즉, 기업의 본질적인 활동으로 말해왔던 주주가치 중심의 성과위주 경영, 또한, 준법경영, 법률규제를 초과한 기업의 자발적인 활동을 강조하는 윤리경영, 투명경영, 환경(친화적)경영, 사회책임경영 등 기업의 모든 활동 과정에서의 발생하는 이해관계자 등의 가치를 모두 만족 시키는 전 방위의 경영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넘어 오면서 기업에 대한 책임범위가 점차 확장되면서, 기업은 전통적 관점에서의 경제적 책임 뿐 아니라 법률적 책임, 윤리적 책임, 그리고 최종적으로 자발적인 사회봉사라는 자유 재량적인 책임까지도 포괄 하여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며 이러한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교수는 "기업은 사회의 유용성과 생산성에 기여할 때만 그 존속이 용납된다"고 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설파하였다. 2001년 미국의 엔론(Enron) 파산사태에서 보듯 기업에 있어서 한 순간의 신뢰 상실이 가져다 주는 피해는 그 기업 자체의 생존을 위협한다.이와 같은 점에서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은 은행업에 있어서 적어도 세 가지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기업 여신 고객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의 모니터링이다. 은행은 투자자 또는 예금주 등의 채권자를 대리하여 여신에 대한 심사를 하게 되는데, 심사의 과정 속에 지속가능성을 따져 보지 못한다면 그 은행은 계속 기업(going concern )에 대한 여신을 한 것이 아니고 한계기업에 대한 여신을 한 것이므로 언제든 일시에 여신이 부실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은행의 모습은 분명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은행업에 있어서 '지속가능성'은 해당 여신거래 기업 자체의 존립을 위한 것뿐 만 아니라 그 해당 기업의 이해관계자, 은행, 그리고 은행의 이해관계자 등 모두를 위한 경영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은행은 지속 가능경영의 전 사회적 확산에 기여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관이라는 것이다. 은행은 고객을 모니터링 할 수 있고, 리스크를 분산,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이러한 시스템을 적절히 운용할 경우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확산 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은행에서 대출 심사시 환경친화적인 기업에 대한 우대 정책을 사용하거나 거래 고객들의 사회 공헌도에 따른 우대 정책 등 은행이 운용 가능한 수단을 활용해 이를 적절한 사회운동으로 승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면 그 파장은 사회 전체적인 시스템의 변화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긍정적 인식의 강화와 사전적 대비를 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고객 및 종업원의 만족을 가져오고, 나아가 기업의 이익 뿐 만이 아니라 국익에 기여하는 사회에 모범적이고 경제에 긍정적인 사례가 보다 많아지길 기대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보다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에 대해 국가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은행산업이 다른 산업분야에 한발 앞서 준비하고 철저히 대응해 나가는 공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은행 경영진 입장에서도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저해가 되는 요소가 없는지 내부조직과 기업환경을 전방위로 다시 한번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과거의 믿음들이 다시 새로운 것들로 대체되어 가는 요즘 나는 가끔 서두에 말한 '時中未濟'를 떠 올리면서 시공을 초월한 '2000년 전 어른 가르침이 하나 그른 것이 없다'는 생각에 새삼 놀란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 수긍해서 한발 앞서 변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時中未濟'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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