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시, "빈 라덴은 내 친구"

[기자수첩] 부시, "빈 라덴은 내 친구"

김용범 기자
2004.10.31 17:18

[기자수첩] 부시, "빈 라덴은 내 친구"

미국 대통령 선거가 사상 유래 없는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9.11테러의 주역 오사마 빈 라덴이 선거 막판 미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

오사마 빈 라덴은 대선을 사흘 앞둔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안방에 진출, 부시의 지지율을 높여 주었다.

이날 카타르의 알자지라TV는 빈 라덴의 비디오 메세지를 공개했다. 빈 라덴은 이 비디오 테이프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미국의 안보는 부시, 케리, 알 카에다가 아닌 미국인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9.11테러 공격이 발생한 후 부시는 줄곧 당신들을 기만해왔고 진실을 숨겨왔다"며 9.11사건이 재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빈 라덴의 파워는 지지율 조사에서 즉각 나타났다. 빈 라덴의 비디오 방영 직후 뉴스위크가 유권자 1005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시와 케리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50 대 44로 부시 후보가 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위크의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 48 대 46 보다 지지율 격차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의 오차한계는 ±4%여서 8% 포인트 이상 차이가 아니라면 통계학적으로는 무승부로 봐야 하지만 이처럼 치열한 접전에서 지지율 격차가 조금이라도 벌어지는 것은 소홀히 볼 일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케리 지지자들은 빈 라덴의 등장이 "부시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인 빈 라덴 체포에 집중하지 않고 이라크로 눈을 돌렸다"는 케리 후보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테러 관련 이슈가 전면에 부각될 때마다 수혜자는 부시 대통령이었다.

뉴스위크의 조사에서도 '테러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후보'로 부시 대통령을 꼽은 응답이 56%로 케리 후보의 37%를 크게 앞질렀다.

부시에게 빈 라덴은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자신의 당선을 힘껏 밀어주는 '친구'인 셈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은 부시 대통령 일가와 오사마 빈 라덴의 가문이 오랫동안 석유 사업 파트너로 깊숙한 관계였으며, 미국 정부가 9.11테러 직후 텍사스에 살고 있던 빈 라덴의 친척들을 서둘러 출국시키는 데 개입한 정황 등을 폭로했다.

빈 라덴은 왜 하필 미 대선 직전에 비디오 메시지를 공개했을까. 막판에 안보에 불안을 느낀 미국인들의 부시에 대한 표결집이 일어날 것이 뻔한데도 말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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