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가하락은 '회사탓?'

[기자수첩]주가하락은 '회사탓?'

이기형 기자
2004.11.03 08:24

[기자수첩]주가하락은 '회사탓?'

코스닥에 갓 등록한 A기업이 최근 3분기 실적을 공시하자마자 주가가 곧장 하락세로 돌아섰다. 어느새 하한가 언저리까지 밀리자 갑자기 IR팀장의 전화기가 울려대기 시작했다. 급기야 온 사무실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결국 이 기업은 일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점심식사 도중에도 IR팀장의 핸드폰은 계속해서 울려댔다. 전화기에선 옆 사람에게도 들릴 정도로 욕설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는 밥을 먹는둥 마는둥 안절부절 못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몇차례, 아예 식사를 포기하고 식당을 나가버렸다.

 

항의내용을 들어보니 〃공정공시를 할 때 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전분기대비 실적을 앞에 적었느냐〃는 것이었다. 전년동기로보면 경상이익이 100%이상 증가했는데 왜 30%나 떨어진 분기실적을 먼저 설명했느냐는 것. 분기실적 감소 이유가 여름휴가와 추석명절에 따른 가동일수 감소 때문이라는 설명을 해도 소용없었다.

 

이날 개장전에 이 기업의 목표주가를 2배로 상향조정한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나왔을때만해도 IR팀은 우쭐했다. 최근 주가 급등에 따라 고무될 대로 고무된 상태였다.

 

하지만 한 건의 공시가 등록한 지 몇달 안되는 새내기 IR팀에게 충격을 안겨준 듯 했다. 오후장에도 주가가 하한가를 벗어나지 못하자 설상가상으로 악성 루머까지 퍼졌다. IR팀장의 얼굴에는 피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허둥되는 직원들에게 그 회사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것은 우리가 올린 것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스스로 판단해 올린 것이다. 우리가 올린 것이 아니니 떨어지는 것에 너무 힘들어 하지 말자. 우리는 그저 우리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묵묵하게 걸어가면 된다." 그래도 IR팀원들은 죄인 표정이었다.

 

투자자들은 왜 주가가 떨어지면 그 회사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것일까. 살땐 스스로 판단해서 사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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