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베이징현대차,쾌속질주 비결

[르포]베이징현대차,쾌속질주 비결

베이징=이승제 기자
2004.11.07 10:17

[르포]베이징현대차,쾌속질주 비결

상전벽해라 했던가. 세번째 찾은 중국 베이징은 첫 인상부터 낯설었다. 출퇴근 시간이면 도로를 가득 메우며 꼬리를 물던 자전거 행렬이 보이지 않았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자랑하듯 자전거를 몰던 여성들의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 반면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자동차 박람회를 하듯 세계 주요 메이커들의 모델들이 끊임없이 스쳐가고 있었다.

"중국인들은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바로 자동차부터 구매한다. 이제 자전거는 노인이나 아이들, 학생들이 주로 탄다. 자동차는 중국인들의 외적 허영심과 찰떡궁합인 제품이다." 베이징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옷차림과 표정도 기억 속 이미지와 달랐다. 한결 세련됐고 크게 바빠졌다. 1997년에는 자동차 경적소리를 하루종일 듣기 힘들었는데, 이제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경적소리에 귀가 멍멍했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중국인의 자동차 생활과 문화는 그들의 달라진 자본 행태와 생활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중국인과 자동차, 그리고현대차의 질주.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해독할 과제였다. 특히 베이징현대차의 고속질주가 단기 성과에 그칠 지, 아니면 중국 자동차시장의 용으로 우뚝 설 지 조슴스레 예단해 볼 요량이었다.

◆'띵호아 현대차'

지난 4일 저녁.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금도구연(錦道久緣)을 찾았다. 이곳은 중국 정부로부터 별 5개를 따낸 최고급 해산물 식당이다. 정문에 들어서자 아반떼XD(현지명 엘란트라)가 특별히 마련된 단상에서 조명을 받고 서 있었다. 이 식당은 개업 4주년 기념으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이달말 엘란트라 1대를 지급하기로 했다. "엘란트라를 타기 위해 매일 이 식당을 찾아 식사를 하고 있는 중국인들도 많다"고 현지 가이드는 귀띔했다. 자주 식사할수록 당첨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란다. 수요 창출 전략이 성공적인 것.

베이징현대차는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신출내기에 불과하다. 지난 2002년 `10월 16일 설립돼 같은해 12월 EF 쏘나타를 생산·판매하기 시작했다. 아직 두돌을 넘지 못했다.

반면 성과는 놀랍다. 판매 첫해인 지난해 시장점유율 10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9월동안 5위로 도약했다. 엘란트라의 경우 6개월 연속 동급 차종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고 10월에는 승용차 전차종 판매 2위를 차지했다.

5일 오전 베이징시 북동쪽에 위치한 초양취구내 성훙두 대리점을 방문했다. 이곳은 베이징현대차 대리점 중 가장 뛰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우수점이다. 이 대리점의 류언쑨 사장은 현대차 자랑에 눈빛을 반짝였다. 8년째 수입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현대차 판매를 시작한 지 1년만에 과거 7년동안 누적 수익보다 더 많은 이득을 챙겼다고 한다. "방금 전에도 여러대를 팔았다. 현대차는 성능 스타일 연비 등에서 혼다, 도요타와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엘란트라는 중산층이 가장 환영하는 차종이다."

류 사장은 특히 현대차에 대한 중국인들이 호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다음달 출시할 투싼으로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며 벌써부터 설레고 있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계약금을 미리 내고 투싼을 구매하겠다는 고객들도 여럿 있다고 한다.

이 대리점은 베이징시 부촌으로 떠오른 부도원과 이웃하고 있다. 이곳은 또 중국교포와 한국교민들의 80% 이상이 몰리면서 '한국성'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한다. 중국의 '코리아타운'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두터운 중산층 잠재수요와 교포·교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바탕으로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있었다.

◆쾌속질주의 비결

베이징현대차를 이끌고 있는 노재만 총경리(전무)는 "EF쏘나타를 먼저 출시한 뒤 아래 세그먼트인 엘란트라를 내놓는 '톱-다운 방식'이 주요했다"며 "이를 통해 고급차 제조업체라는 브랜드인지도 형성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구형 모델을 재구성해 공략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최신 무기로 파고들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 자동차 판매 1위를 기록한 일기폴크스바겐의 '제타'는 독일 현지에서 단종된지 40년이 지났고 상하이폴크스바겐의 '싼타나'는 30년 전에 생산중단됐다고 한다. 반면 현대차는 EF쏘나타, 엘란트라에 이어 투싼, 5세대 쏘나타 등 최신 모델로 승부걸고 있다.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현지형 모델 구성에 주력한 것도 한몫했다. 베이징현대차는 새 차종을 판매하기 위한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현지 판매담당 중역을 직접 참여시키고 있다. EF쏘나타를 내놓을 때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색상을 주력으로 삼았고 뒷자리 램프, 뒷자리 레그룸 등 20여가지를 변형시켰다고 한다.

베이징현대차는 특히 현재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공장자동화율을 내년 9월까지 현대차의 신모델 개발 및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전략적 생산기지인 국내 아산공장(99%)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자동차화율을 통해 최고 수준의 품질과 비용 체제를 갖추라"는 정몽구 회장의 특명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치밀하고 파격적인 대리점 관리도 성공의 열쇠 중 하나. 베이징현대차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딜러를 선정하고 있다. 3개월에 걸쳐 재무 영업 정비 총괄 등 4개 부문에 걸쳐 심사하고 있다. 딜러의 판매 마진을 대당 7% 가량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달 우수판매사원에는 2~3돈의 순금메달과 보조메달·배지를 지급할 계획이다. 또 각 대리점이 판촉을 위해 광고한 비용을 보상해 주고 있다.

베이징현대차의 생산공장은 베이징에서 제2의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현지 가이드 설명) 지난달에만 8082명이 찾아 생산 현황과 라인 모습을 둘러봤다고 한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오는 2010년 승용차와 상용차를 합쳐 1000만대 시장이 될 것이다. 베이징현대차는 철저한 현지형 전략을 구사하며 시장팽창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지난 2년동안의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노재만 총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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