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처활성화 '제1조건'

[기자수첩]벤처활성화 '제1조건'

최정호 기자
2004.11.09 10:39

[기자수첩]벤처활성화 '제1조건'

"벤처 붐을 조성할 수 있는 제3시장을 디자인하고 있다". 일요일 저녁 이헌재 부총리의 발언이다. 이 발언에 기자들은 제3시장의 정체를 찾기 위해 전화통에 매달리며 답을 구하고자 애써야만 했다.

이 해프닝은 코스닥과 제3시장 등 지금의 틀 안에서 벤처 투자가 좀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보완책 구상 단계라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8일 벤처업계 오찬에서 "불쏘시개로는 안된다", "석유를 뿌리던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뭔가 나올 것인가 하는 의문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 반응은 대체적으로 "별 거 없을 것이다"가 우세하다. 과거 벤처 거품을 조장했던 정부가 신뢰회복을 위해 무슨 뾰족한 방법을 내 놓을 수 있겠냐는 냉소적 반응이다.

올해 코스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9200억원 순매도했다. 강원랜드, KTF 등 간판 주자들도 거래소로 이사하기 바빴다. 제3시장 역시 유명무실 해진지 오래다. 슈퍼개미의 농간, 대표의 자금횡령 등 잇단 불공정이 판치는 가운데 벤처의 젓줄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기고 있다.

벤처 투자는 '고위험 고수익' 게임이다. 투자에 위험이 따르는 만큼 열매 또한 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위험이 반칙과 편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정부와 시장 모두 아는 것이다.

각종 사건사고로 한 탕 해먹은 사람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라도 다시는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증권사 관계자의 말 속에 '신뢰회복'이라는 벤처 투자 활성화의 제1조건이 숨어있다. '금융의 달인' 이 부총리가 앞으로 내놓을 대책도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초를 건너 뛴 어설픈 대책은 살아남은 '옥'같은 벤처까지도 '돌'로 만들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불쏘시개로 차근차근히 불을 지펴야 한다. 흙탕물에 너무 많이 젖었다면 말리는 일부터 해야 한다. 지난 정부가 석유를 뿌려 만들었던 벤처의 불길에 덴 상처가 얼마나 오래가는지 시장은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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