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확신범'을 기다리며
한국은행이 11일 전격적으로 콜금리를 인하한 것은 ‘×주고 뺨 맞는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한은의 존재이유인 ‘물가 안정’을 잠시 접어두면서까지 금리인하라는 선물을 시장에 주었지만, 정작 시장은 반가워하기보다는 떨떠름한 냉소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0.72포인트(0.08%) 오른 861.26에 마감됐다. 코스닥종합지수도 0.96포인트(0.27%) 상승한 362.94에 거래를 마쳤다. 종합주가는 개장초 855.51까지 떨어졌으나, 콜금리 인하가 전해진 직후 867.25까지 급반등했다.
하지만 콜금리 인하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일본 증시가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상승폭이 줄어들어 가까스로 오름세로 마감됐다.
콜금리 인하, 호재 아냐?..글쎄...
금리 인하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금융시장에 호재다. 시중 자금 흐름이 예금에서 주식으로 바뀔 수 있는 물꼬를 트기 때문이다. 또 금리인하는 소비와 투자를 늘려 침체에 빠진 경제를 회복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가르친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소비와 투자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감소시키는 요인이 돼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는 경우도 아주 드물지만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10년 넘게 장기불황에 빠졌던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금리를 인하해도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는 것을 '유동성 함정'이라고 한다.
한국도 금리를 인하해서 소비와 투자를 자극함으로써 경기를 회복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한은이 콜금리를 인하했지만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부동산 억제정책도 함께 내놓고 있어 메시지가 모순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임원도 “현재 경기가 나쁜 것은 금리가 높기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금리를 내린 것은 환율방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경기회복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한은이 콜금리를 내린 것은 정부가 경기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금리인하는 선제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지만 이번처럼 사후적으로 마지못해 하는 것은 호재라기보다는 부동자금만 늘리는 악재”라고 분석했다.
독자들의 PICK!
엇갈리는 시그널, 외국인 순매수 vs 일본증시 급락
이날 장 마감 무렵 증시는 상승과 하락을 예상할 수 있는 두가지 엇갈리는 시그널을 나타내 투자자들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었다. 우선 긍정적 시그널은 외국인의 막판 대량 순매수였다. 외국인은 동시호가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약440억원 순매도였으나, 88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막판에 약1400억원 가량을 사들인 것.포스코(188억원) 하나은행(167억원) LG전자(157억원) 신한지주(115억원) 국민은행(114억원) 등을 주로 사들였다.
반면삼성전자삼성SDI 삼성전기 LG필립스LCD 등 IT관련주와 KT LG석유화학 대우종합기계 등은 순매도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담당 임원은 “내년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남미나 동유럽보다 낮은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일본 증시는 마감 1시간 전부터 급락세로 돌아서 한국 증시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35% 하락했다. 3/4분기중 핵심기계수주가 8.4% 감소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탓이었다. 대만 자취안지수도 1.24% 떨어졌다.더블갭과 외국인의 선택
상승을 예고하는 징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볼 때 주가는 추가 상승할 것이란 시그널을 주고 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개장초에 855.51까지 떨어졌지만 5일 이동평균(854.55)을 밑돌지 않고 반등에 성공했다. 그동안 하락세였던 20일 이동평균(839.54)도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정배열이 일단 예쁘게 완성됐다. 20일 이동평균이 60일 이동평균(835.25)을 하향돌파하기 전에 오름세로 돌아섬으로써 ‘가짜 중기 골든크로스’가 발생한 양상이다.
원래 중기 골든크로스는 20일선이 60일 밑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상향돌파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에너지가 셀 경우 주가상승이 강하고 빠르면 데드크로스가 일어나기 직전에 20일선이 상승세로 돌아선다. 기술적 분석만으로 볼 때는 아주 강한 주가상승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가 개장 초에 자사주 20만주를 모두 사들였으나 외국인 순매도가 5만4000주에 머물렀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외국인이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사들일 때 자사주 물량보다 훨씬 더 많이 매도했던 것과 대조적이라는 점에서다.오히려 IT주 돌아봐야 할 때
지금 증시가 약세장이라고?
종합주가지수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가가 훨훨 나는 종목이 많다. 이날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종목은 거래소 42개, 코스닥 18개 등 60개나 됐다. 오리온 삼양사 금호산업이건산업동원지주 LG홈쇼핑 인성이엔티 등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외국인 매수가 몰린네오위즈와코엔텍은 상한가를 기록했다.박스장에선 종목 등락이 크다
종합주가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동안에 △구조조정 실적호전주 △환경 웰빙 등 건강관련주 △연말 배당관련주 등에 자금이 몰리면서 화려한 종목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이런 흐름에 맞춰 매매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I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나 아직은 좀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박승 총재, 시장에 미안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