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車, 또하나의 고민

[기자수첩]현대車, 또하나의 고민

이승제 기자
2004.11.15 10:57

[기자수첩]현대車, 또하나의 고민

현대차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애국적 지향과 자기 폄하', 다소 야누스적인 분위기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대단하다, 자랑스럽다'는 애국적이다. `뛰어봐야 우물안 개구리다, 내수용 차나 잘 만들어라'는 자조에 가까운 자기폄하다.

이는 현대차만의 것이 아니라 국내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다. 언제부터인가 기업을 범죄집단시하는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면서 `세계 1등' `글로벌화'를 외치는 기업에 박수를 보내기보다 깎아내리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는 소비재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바람은 크고 다양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만족도에 비해 실망도가 훨씬 크고 오래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가 우리 기업을 안마당에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헐뜯고 비난해도 될 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현대차는 최근 5세대 쏘나타를 시작으로 TG(그랜저XG 후속), CM(싼타페 후속) 등을 잇달아 선보여 세계적인 명차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 평가는 이중적이다.

`아무리 좋아도 한국차는 몇 년 타면 끝인데…캠리(도요타)나 어코드(혼다)에 비해 내구성이 형편없이 모자람.'(vegasdooil) `에쿠스 나올 때도 이런 말 많이 들었다. 정주영 회장이 직접 지시해서 세계 명차 능가하는 차를 생산하겠다는 현대차의 포부가 온 신문을 시끄럽게 했지. 에쿠스가 과연 세계 명차 대열에 속하는가.'(hozero82)

이에 반해 찬사도 줄을 잇는다. `현대차 파이팅. 이만하면 잘합니다. 하루 아침에 1등 되지 못합니다. 차츰 좋아질 것입니다. 현대 넘 비판하지 맙시다.'(leebh726) `오십년만에 이만큼 좋은 차 만들었으면 됐지. 우리가 우리나라 차에 힘을 실어줘야지 더 성장할 것 아닌가'(guragirl1)

현대차는 흘리고 있는 `땀'만큼 시장에서 평가를 받지 못해 가슴이 쓰라릴 것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이중적 반응을 껴안고 가야 한다. 부정평가를 스스로 제공한 측면은 없는지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삼성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삼성전자 제품도 몇년전까지 해외 매장 뒤켠에서 먼지만 잔뜩 뒤집어썼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승승장구를 바탕으로 국내 불신을 씻어내렸고 '역시 최고'라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국내 기업들은 곧잘 자기 폄하에 빠지는 변덕스런 소비자를 상대하고 있지만, 역으로 이를 딛고 일어설 때 진정한 강자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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