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각성제와 해열제
'각성제와 해열제의 차이를 찾아라'
보유세제 개편, 뉴딜적 종합투자계획 등으로 아이디어 짜내기에 바쁜 경제관료들에게 또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의사도 약사도 아닌 공무원들이 약이름에 매달리게 된 사연은 이렇다.
각성제 숙제를 내준 이는 병원의 원장격인 노무현 대통령. 남미 3개국 순방길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들른 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대통령이 된 후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영양제나 각성제 놓는 것을 못 하게 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환자는 경제다. 숙제에 앞서 "어려울 때 허겁지겁 경제를 운용하면 2 ~ 3년 안에 파탄이 오게 돼 있다"는 조금은 섬뜩한 교훈(校訓)을 못박은 후였다.
하지만 경제부처를 책임지는 '부원장'인 이헌재 부총리는 지난 12일 경제상황을 감기에 걸린 환자에 비유하며 "체력이 약할 때는 해열제나 기침약 등 대증요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해열제마저 쓰지 않으면 상태가 악화돼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말로 빠르게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환자는 한명인데 처방약이 다르다. 혹자는 노 대통령은 과거를 말했고 이 부총리는 미래를 말한 만큼 처방전은 같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제와 관계없이 원장과 부원장의 과제가 다를때 의사들은 원장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고 부원장도 원장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
지난 8월 부동산정책을 두고 처방이 뒤집혔던 적이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을 경제부총리가 관장하도록 했다가 10여일만에 집값안정은 직접 챙기겠다고 한 적이 있다. 처방전 변경의 혼란은 곧바로 나타났다. 여름부터 논의되던 주택거래신고지역 부분 해제는 늦가을이 지난 이달 초에야 비로소 이뤄졌다.
진정한 명의는 환자의 고통을 잘 들어 주고 편안하게 해 주는 의사다. 처방전에 따라 고분고분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경제주체(국민과 기업)들은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