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盧대통령이 부채질 한번 해준다면…
남미 3개국 ABC(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국가를 순방한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CEO 그 자체였다.
각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그는 해야할 말들을 일일이 체크하며 행한 뒤 말미에는 '어떻게 하면 국내 기업을 차별화하면서 알릴 수 있나'를 특유의 언변으로 담아냈다.
현지 동포와의 간담회에서도, 현지 경제인과의 밥을 함께 먹으면서도 기업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
성과는 대단했다. 포스코의 1만톤 철광석 구매 계약, SK의 광구 개발 계약 등은 물론 중남미 진출 교두보 확보라는 유무형의 성과도 그런 노력의 결과였다.
역대 대통령중 순방 성과를 알리는 데 가장 겸손하다는 노 대통령조차 "국민에게 자랑할 보따리가 엄청 많다. 특히 브라질은 자랑할 보따리가 한 보따리다. 비행기가 뜰지 모르겠다"며 만족감을 표시할 정도였으니.
노 대통령은 기업들이 핵심적으로 한 것이라며 '공(功'을 기업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그냥 뒤에 가서 밥 짓는데 부채질 한번 해준 수준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그 이상이다. SK측은 대통령이 방문하지 않았으면 계약이 어떻게 됐을지 몰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항공기 동체 납품 문제를 언급하자마자 대한항공은 브라질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몇 년째 끌어온 현대기아차 소송 문제도 룰라 대통령이 만찬장에서 직접 주지사를 불러 긍정적 검토를 지시하는 '결실'을 맺었다.
노 대통령의 '부채질'이 역류하던 물줄기 방향을 바꾸고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린 셈이다.
그런데 국내의 상황은 정반대다. 기업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뉴딜은 시작하기 전부터 삐그덕이다.
노 대통령의 해외 발언을 듣는 국내 기업인들은 해외 발언과 국내 발언 사이에서 또다른 '양극화'를 경험한다.
노 대통령이 브라질에서 했듯 지구 반대편으로 돌아가 밥짓는 데 부채질 한번 해주면 어떨까. 노 대통령의 '부채질 한번'이 꺼져가는 한국경제를 되살릴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