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휴대폰 강국의 그늘
휴대폰을 이용한 수능 부정행위 사건이 적발되면서 온나라가 발칵 뒤집어지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수는 밝혀진 것만 140명이 넘고, 지난 8월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인당 10만~40만원씩 갹출해서 2000만원이나 되는 자금을 관리하며 부정행위에 사용할 휴대폰을 구입하고, 모의연습까지 했다는 사실이 그저 충격스러울 뿐이다.
휴대폰 사용인구 3600만명을 자랑하는 ‘휴대폰강국 코리아’의 또 하나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같다. 명의도용폰이나 휴대폰깡 등 휴대폰 범죄행위는 줄지않고 있고, 휴대폰 스팸이나 바이러스도 갈수록 지능화되는 등 문명의 이기인 ‘휴대폰’이 가져다준 사회적 그늘은 점점 그 자리가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시험부정은 있었다. 훔쳐보기나 쪽지돌리기 등의 수법도 있었고, 호출기를 이용한 시험부정도 적지 않았다. 지난 97년 당시 수능시험장에 소지금지품목이 휴대폰이 아닌 호출기였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지금은 그 호출기 대신 휴대폰을 이용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휴대폰을 이용한 수능부정은 어쩌면 예고된 일인지도 모른다.
사건이 터진 다음에야 교육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전자검색대나 전파차단기를 설치하겠다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산을 떨고 있다. 물론 검색대를 마련하고,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통신을 차단하는 전파차단기를 설치한다면 이번과 같은 휴대폰 수능부정은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검색대를 통과하고 전파차단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장치가 나온다면 어떨까. 또 휴대폰보다 훨씬 첨단화된 제품이 등장한다면? 그때마다 대책을 강구하느라 진땀을 빼야 할 것이다. 결국 문명의 이기는 언제나 ‘역기능’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기술진보에 따른 ‘역기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항상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이번 사건도 과거 ‘인터넷대란’처럼 기술진보에 따른 역기능에 대한 ‘불감증’이 낳은 결과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