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딱지어음과 보증수표

[기자수첩]딱지어음과 보증수표

배성민 기자
2004.12.14 12:06

[기자수첩]딱지어음과 보증수표

평범한 사람에게 한끼니 밥은 허기를 채우기 위한 것이지만 장관에게는 식사가 곧 업무다. 딱딱한 의자 대신 편안한 등받이 의자에서 이야기하며 중요정책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아침과 점심 식사는 경제부처 수장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새벽별을 보며 집을 나서 깔깔한 아침을 먹은 이는 이헌재 부총리였고 기자들과 농담을 곁들이며 오찬을 든 이는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었다.

이 부총리는 이날 행자부.건교부 장관과 함께 아침을 먹으며 1세대3주택 양도세 중과세에 대한 기존 연기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보유세 입법과 양도세를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논의내용도 밝혔다.

강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통과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점심식사 내내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지난해 말 이미 입법과 관련한 대통령의 뜻은 정해졌었다"는 말과 재계 불만은 시행령에서 많이 반영할 것이라는 방침도 곁들였다.

이 부총리도 소득은 있었다. 주택거래신고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독자적인 운신의 폭을 확보했다. 하지만 투기 우려가 없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행정부의 정책수립과 실행에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의 뜻이라면 어디서나 통한다. 강 위원장의 말이 보증수표로, 이 부총리의 향후 계획이 딱지어음 수준으로 여겨지는 것도 대통령의 의지와 무관치 않다.

지난주 이 부총리는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대통령과 만난 후 표정이 밝아졌다는 말이 있다. 일부에서는 유임에 대한 언질이 있었을 것이라고도 한다.

장관의 힘은 자리보전보다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지지에서 비롯된다. 이 부총리에게 경기회복의 총대를 메게 했다면 딱지어음은 보증수표로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재벌 정책에 대한 뜻은 확고하지만 경기회복을 위한 도구 사용에 대해서는 참여정부의 의지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아우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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