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그룹의 벙어리 냉가슴

[기자수첩]LG그룹의 벙어리 냉가슴

이승호 기자
2004.12.15 07:46

[기자수첩]LG그룹의 벙어리 냉가슴

"억울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벙어리 냉가슴 앓는 거죠."

최근 LG 계열사 임원들의 말수가 급격히 줄었다. 물론 행동도 조심스러워 졌다. 이유는 산업은행을 중심으로한 채권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LG카드 증자 때문이다.

LG 계열사 한 임원은 "LG전자 등이 LG카드의 기업어음(C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했던 올해 초 사외이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자진 사퇴해 사상 초유의 경영권 공백이 일어나는 진통을 겪었다"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 재연될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LG는 '끝까지 책임을 지라'는 채권단의 논리를 일면 이해하면서도, 언제까지 시장의 논리에 반하는 정서법이 통용돼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LG카드의 부실화가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에 상당히 어려움을 준 것은 인정하지만, 이미 LG는 채권단과 체결한 모든 약정을 이행한 상태라는 것이다.

만약 추가 증자에 참여할 경우 '회사 이익을 저버리는 의사결정'이라는 논리로 다가 올 주주들의 책임 추궁에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다.

LG 계열사의 한 임원은 "채권단 요구 이후 사외이사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출자전환을 승인해주면 주주소송 등이 들어올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이런 상황에서 (LG카드 추가 증자를)강행했을 경우 지난번처럼 사외이사 집단 사퇴와 출자전환을 통과시켜준 이사에 대한 주주소송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LG는 또 철저하게 시장 논리를 따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까다로운 눈총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채권단이 '추가 책임'을 물은 데 대해 LG가 받아들인다고 가정합시다. 만약 1년 후에 또 LG카드가 어려우면 그때도 LG가 지원해야 할까요? "

LG 임원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지만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벙어리 냉가슴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지도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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