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원·거래소는 '형광등'

[기자수첩]금감원·거래소는 '형광등'

윤선희 기자
2004.12.22 10:11

[기자수첩]금감원·거래소는 '형광등'

증권관련 불공정거래 조사 기관인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가 갑자기 부산해졌다.

그동안 외국계펀드의 불공정거래 의혹으로 시장이 떠들썩할 때 절간같더니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한 마디하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영국계 헤르메스투자운용은 이달초 기업인수.합병(M&A) 가능성을 언급하며 삼성물산 경영진을 압박하더니 돌연 지분을 처분, 38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헤르메스는 삼성물산에게 보유 계열사 주식 처분 등을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삼성물산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심지어 언론까지 활용, M&A 위험성을 부각시키더니 급작스럽게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는 M&A 재료와 언론을 통해 주가를 띄운 뒤 차익을 챙겨 달아난 전형적인 '먹고 튀자'식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국내 슈퍼개미나 시세조종 전력자들의 수법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금감원과 거래소 실무자들은 이때까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당시 금감원 관계자는 "자체 심리와 약식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뚜렷한 혐의를 찾을 수 없다"고 했고, 거래소 관계자는 "주식 매수 보도자료 배포, 언론보도 등의 시점에서 주가는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 심리에 나서기 어렵다"고 강조했었다. 계좌추적등 조사진행의 어려움까지도 토로했다.

 

그러다가 윤 금감위원장이 "그런 것을 조사하지 않으면 도대체 뭘 조사하느냐. 시장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서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증권거래소는 헤르메스등 외국계에 대해 이미 심리에 착수했고 2~3개 펀드에 대해 추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앞으로는 외국계 펀드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뒤늦게 목소리를 높였다. 금감원이나 거래소 모두 증권시장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면서 과연 그런 평가가 맞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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