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배당락 후 PR 매도가 문제
종합지수가 890 회복에 4번째로 실패한 뒤 870대로 주저앉았다. 큰 폭의 하락은 아니지만 위로 뚫는데 실패한 만큼 어느 정도의 하락은 감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종합지수는 6.50포인트, 0.74% 하락한 876.88로 마감했다. 3일째 880선에서 횡보하며 890을 시도하다 아예 880을 지키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2억7229만주와 1조9469억원으로 전날보다 줄었다.
외국인은 이날 현물시장에서 순매도로 대응했다. 순매도 규모는 장 중 내내 300억원 이상으로 시장을 짓누르다 장 마감 한 때 순매수 전환한 뒤 순매도 규모가 20억원으로 줄었다. 기관이 115억원 순매도했고 개인이 279억원 순매수로 대응했다.
이날 시장의 특징의 외국인의 선물 매매다. 외국인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선물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순매수 대응하며 최근 선물시장에서의 매수 포지션을 강화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개인은 외국인과 반대로 매도로 대응했다. 그러나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개인은 선물시장에서 매수로 바뀌었고 외국인은 매도로 돌변했다. 결국 이날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3815계약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개인은 3965계약 순매수.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베이시스가 -2.4 수준으로 악화, 차익매수가 차익매도로 바뀌었고 비차익거래도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장 중에 외국인 매도와 프로그램 매도가 함께 나오면서 증시는 힘을 쓰지 못했다.
한 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외국인이 전날까지 계속 선물 매수 포지션을 늘려가긴 했지만 전날까지 2일간 옵션시장 포지션은 주가 하락에 대비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21일, 22일 외국인은 옵션시장에서 콜옵션을 매도하고 풋옵션은 매수하면서 지수 하락에 대비하는 포지션을 취했다는 지적.
이 펀드매니저는 "최근 옵션시장에서 외국인 포지션을 봤을 때 선물 매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고 본다"며 "이날 선물 매도도 그간 많이 샀기 때문에 좀 파는 것일수도 있고 배당락 이후 지수 하락에 대비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당기산일인 28일까지는 이제 3거래일이 남았다. 지금까지는 배당 기대감에 비차익거래가 매수 우위를 유지하고 차익거래에서도 만기일(9일) 이후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 덕분에 순매수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12월 증시를 사실상 떠받쳐왔던 프로그램 매수가 배당기산일 이후에는 매도로 돌변할 가능성이 커 증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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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증시가 좋았던 이유는 미국 증시 호조와 배당을 기대한 프로그램 매수 덕분이었는데 이 2가지 힘만으로 890을 돌파하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어제, 오늘 장을 통해 지금의 재료만으로는 전고점(890) 안착이 어렵다는게 다시 한번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증시는 2일째 음봉을 그리며 약세를 예고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당분간 조정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오 연구위원은 "역사적으로 1월 효과가 뚜렷히 나타나긴 했지만 내년 1월에는 1월 효과가 없이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에 따르면 1993년부터 올해까지 1월에는 종합지수의 평균 상승률이 6%가 넘었다. 또 1993년 이후 1월에 증시가 오를 확률은 80%에 달했다. 과거의 사례를 본다면 1월 효과를 기대할만하다. 그러나 오 연구위원은 "올해는 프로그램 매도를 받아줄 세력이 없어 1월 효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 연구위원은 "최근 5년간 1월에는 항상 프로그램 매매가 매도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이는 배당을 노리고 들어왔던 비차익매수가 매물로 나오고 베이시스에 따라서는 차익거래도 매도 우위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올 1월만 해도 프로그램 매도로 2조4000억원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올 1월에는 외국인이 4조원을 순매수하며 프로그램 매도를 압도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오 연구위원은 "배당을 받고 나면 프로그램은 매도로 변하기 쉬운데 과연 외국인이나 개인, 혹은 기관 중에 어떤 주체가 프로그램 매물을 다 소화해내면서 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매물 소화만도 급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장 중까지도 강세를 보였던 증권주는 막판에 밀리면서 증권업종지수 자체는 0.27% 하락했다. 그러나 동양종금증권이 4.6%, 동부, 교보, 대우, 한화증권 등은 1%대의 상승률을 유지했다. 대부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철강과 의료정밀, 운수창고, 은행이 강세를 보였다. 대형주 중에서는 포스코와 국민은행, 신한지주의 상승이 돋보였다.
반짝했던 전기전자(IT)주는 모멘텀을 잃어버리고 약세를 보이고 있고 외국인도 8거래일만에 IT업종에 대해 순매도로 돌아섰다. 대신 철강금속 업종은 3일째 순매수다. 운수장비업종은 10거래일째 매수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보험에 대해서도 소폭의 순매수를 계속하고 있고 오랜만에 은행도 순매수했다. 올 4분기 실적이 그나마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철강주를 다시 매수하는 것으로 보이고 보험주와 은행주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IT 대표주 가운데 가장 실적이 좋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LG전자마저 올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원화 절상 등으로 3000억원에서 1700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되고 있어 IT주의 견조한 상승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오 연구위원은 "내년 1월부터 발표되기 시작할 올 4분기 기업 실적은 철강과 해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진할 것"이라며 "4분기 실적 악재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는 실제 수치가 나와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는 올 1월에 프로그램 매도와 함께 4분기 실적 불확실성이라는 걸림돌을 만나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이 내년초에는 수출 둔화와 내수 회복 지연 등의 경기 침체와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겹치면서 증시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1분기가 최악이고 이후 점진적인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4번째 890 회복에 실패한 현재로서는 내년 1분기 이후의 점진적 회복보다는 눈 앞에 닥친 배당락과 1월 증시 흐름에 대한 대비가 더 시급하다는 점이다. 올 4분기 기업들의 실적에 따라 내년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가 변할 수 있고 이에따라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까지 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