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표류하는 부동산 개혁입법

[기자수첩]표류하는 부동산 개혁입법

이정선 기자
2004.12.27 09:22

[기자수첩]표류하는 부동산 개혁입법

부동산 '개혁입법'이 좌표를 잃은채 표류하고 있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를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및 중개업자의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를 담은 ‘부동산 중개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목이 묶인채 2개월 이상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시기가 상당기간 늦춰지는 것은 물론이고 내용도 당초보다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법안은 부동산 투기를 막고 조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1년 이상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왔다.

하지만 막판 고비인 국회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바닥으로 떨어진 주택경기가 발목을 끌어당기는 데다 시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시행방식으로 인해 이해관계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조합원이 얻는 막대한 불로소득의 일부를 환수해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에 쓰겠다는 개발이익환수제의 입법취지에는 대다수 수요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아파트를 짓도록 하는 환수방식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땅 값이 비싼 강남에 지어지는 재건축 임대아파트의 경우 월 임대료가 100만원을 훨씬 웃돌 모양이다. 벌써부터 “누구를 위한 임대주택이냐?”는 빈정거림이 들린다.

중개업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중개업자에게만 실거래가 통보를 의무화하다보니 직거래하는 사람이나 변호사 등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래서는 당초 의도했던 실거래가 과세가 정착될 수 없다.

취지가 좋더라도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시행에는 무리가 따른다.

세밑은 지난 한해의 공과를 찬찬히 복기(復棋)하는 때다. 정부가 혹시 경직된 원칙론이나 개혁 만능주의에 빠져 일각에서 우려하는 부작용을 ‘발목잡기’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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