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행방불명된 숫자와 반성
정부가 29일 경제운용방향과 한국형 뉴딜정책으로 통하는 종합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종합투자계획은 수렁에 빠진 경제를 건저내고 일자리 창출에 획기적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었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밝힌 계획에는 추후 추진 일정만 나와 있을 뿐 앙고에 해당하는 투자규모가 얼마인지가 나와있지 않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대목인 재원 조달계획도 두루뭉실하게 돼있다. 3개월 이상 논쟁에 휩싸이는 산고끝에 탄생한 정책이 고작 이정도인가 하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돼있다.
도표 없는 경제학 교과서요, 그림 없는 그림책이 된 셈이다. 숫자 제외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계획 추진을 위한 법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숫자부터 밝히면 신빙성도 없고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국민연금 동원에 대해 김근태 복지부 장관이 공개 반박했을 때 재경부 고위 관료가 "(연기금 논쟁은)실체없는 유령과의 전쟁같다"고 말한 것처럼 실체없는 유령같은 정책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종합투자계획에 숫자가 없었다면 정부의 새해 경제운용계획에는 반성이 없다. 지난해 내놓은 계획에도 서비스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 있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매년 제시되는 과제라면 중요한 것일 테지만 한해동안 그만큼 실패했다는 의미도 된다. 하지만 거기엔 계획만 있고 반성은 없었다.
정부가 야심찬 계획을 내놓으면 언론은 알맹이 없이 장미빛 전망을 내놓는다고 관성처럼 비판을 해 왔고 정부는 근거없는 비난이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연구기관의 연이은 성장률 하향조정을 롤러코스터로 지칭한 것도 정부다.
정부는 정책수단을 갖고 있으니 연구기관과 다르다는 설명은 단골 해명주제다. 정책수단과 반성을 부탁한다는 지적에는 무관심한채 청사진만 알리겠다면 오해를 부른다. 경제부처가 피하고 싶었던 것은 국민들의 오해보다 언론의 비판이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