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농림부 시계는 10년전?
박홍수 신임 농림부 장관이 취임한 5일, 우리나라 양대 농민단체인 한농연과 전농에서 "적극 환영한다"는 성명서가 나왔다. 불과 몇일 전 한강 다리를 가로막으며 정부의 농업 정책을 비판했던 농민 단체의 환영 성명을 보면 성난 농심을 달래는데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물러난 허상만 장관과 10년 먼저 물러난 허신행 장관은 허씨라는 점 말고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사람 모두 고향이 같고 두 장관을 경질한 임명권자도 같은 고향이다. 두 임명권자 모두 취임 초 대통령 임기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장수장관을 약속하기도 했다. 또 정치적 분위기 쇄신의 희생양이 됐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외국산 쌀 수입 신호탄이 됐던 10년 전 4% 의무 수입을 결론으로 협상이 마무리되자 허신행 당시 농림부 장관은 쌀 개방은 온몸으로 막겠다던 대통령 공약 사항을 지키지 못한 죄로 취임 10개월 만에 물러나야만 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허상만 장관도 의무 수입량을 4% 더 늘리고 나서 옷을 벗었다. 두 장관 모두 객관적으로 성공적인 협상 결과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쌀 개방이라는 국민 정서법을 피하지 못했다. 농림부 시계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10년만의 쌀 협상에서도 10년전과 똑 같이 관세화 유예를 고집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 농업 현실을 놓고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이 농업 관계자들 입에서 유행하고 있다.
"농업은 결코 강제로 구조조정할 산업이 아니다" 신임 박 장관이 첫 기자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다. 외국 농산물과 비교해 당당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농업만이 살 수 있음은 마을 이장에서부터 농민단체 회장까지 오랜 현장 경험을 갖춘 박 장관이 더욱 잘 알 것이다.
장관 임명 사유가 10년 전 시계를 반복했다 해서 이후 농업정책도 10년 전을 따라한다면 '잃어버린 10년'은 '잃어버린 20년'으로 숫자만 바뀔 것이다. "외지나가 공부 많이하고 출세한 자녀가 노모를 모시듯이 일반 국민들도 농업 문제에 동참해야 한다"고 박 장관은 호소했지만 경제난에 찌든 서민들은 그만큼 인내심이 없다는 점을 신임 장관은 잊지 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