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투기자본이 아니라고요?"

[기자수첩]"투기자본이 아니라고요?"

채원배 기자
2005.01.11 08:52

[기자수첩]"투기자본이 아니라고요?"

"뉴브리지캐피탈에 대해 한국 언론이 너무 부정적이다. 뉴브리지가 제일은행 대주주가 된 후 제일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크게 개선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제일은행 매각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12월초 뉴브리지 고위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뉴브리지를 투기자본으로만 보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한달여 지난 10일 뉴브리지가 드디어 제일은행 지분을 스탠다드차터드은행(SCB)에 매각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때부터 SCB와 HSBC를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가격을 더 높게 제시한 SCB에 지분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뉴브리지의 수익률은 무려 230%. 1조1510억원을 벌었다.

 

매각을 발표한 이날 오후.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을 경영한 지난 5년을 다시 한번 떠 올려봤다. 제일은행 지분 매각을 통해 떼돈을 번 뉴브리지가 과연 한국의 금융산업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뉴브리지 관계자의 당부에도 불구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별로 없었다. BIS 비율이 높고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낮다는 것, 직원들을 강제로 자르지 않았다는 것 외에는.

 

뉴브리지는 지난 2000년 제일은행 대주주가 되면서 선진금융기법을 전파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제일은행은 많은 고객들로부터 멀어져 갔다. 제일은행의 강점이었던 기업여신의 상당부분을 매각함으로써 기업 고객들이 떨어져 나갔고,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 등 한국적 문화를 무시한 은행 경영과 공익적 성격을 배제한 철저한 상업주의 등으로 인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반면 제일은행을 인수한 다음해부터 거의 매년 매각협상을 벌였다. 이 때문에 제일은행은 지난 5년동안 항상 매물로 시장에 나왔고 직원들은 언제 주인이 바뀔지 모르는 불안감속에 살아왔다. 뉴브리지가 아무리 부인해도 뉴브리지는 한국 금융사에서 대표적인 투기펀드로 남을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