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통사, 학습능력 '제로'?
1년전 SK텔레콤의 가입자만 대상으로 한 번호이동 시차제가 시행됐다. 이후 반년동안 이통시장은 '저가폰', '공짜폰', '불법보조금' 등이 만연하면서 말그대로 '혼탁한 시장'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이로 인해 이통 3사와 KT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했고, 과도한 비용지출로 수익이 일제히 급감했다. 정보통신부는 4개 사업자에게 영업정지라는 극단의 조치까지 취했다.
이에 지난해 6월말 각사 사장이 모여 '클린마케팅'을 선언하고 통신위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강력한 감시의 눈길을 보내면서 시장은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부터 다시 6개월쯤이 지난 지난달 번호이동 전면화를 앞두고 시장이 다시 과열 기미를 보이자 정통부는 각사 마케팅담당 임원을 불러 과열경쟁을 지양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새해들어 번호이동 전면제가 시행되자마자 다시 불법보조금이 고개를 들고 경고성 광고,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 불법보조금 지급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정다툼까지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한층 더 심하게 싸우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가입자 기반이 가장 중요한 자산인 통신사업자의 경우 가입자를 끌어모으는데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험을 비춰볼 때 무리한 가입자 경쟁이 남긴 것은 상처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해 120만명의 순증가입자를 유치한 LG텔레콤의 경우 숙원이던 '600만 가입자'를 달성했지만 경상이익은 400억원 수준으로 2003년 1121억원에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LG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지금처럼 과열경쟁을 한다면 1월에만 100억원의 손실이 나올 것"이라며 우려했다. 다른 사업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통사들은 과다한 가입자 유치 경쟁이 어떤 역효과를 가져오는지 지난해 절실하게 배웠다. 하지만 연초 이통사들의 모습은 이런 학습과정은 죄다 잊은 것 같다. "마케팅에 쏟아 부을 돈으로 서비스나 개선하라"는 한 네티즌의 말처럼 이통사들은 가입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