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남 잔치 설겆이만 해줄라

[오늘의 포인트]남 잔치 설겆이만 해줄라

권성희 기자
2005.01.24 12:11

[오늘의 포인트]남 잔치 설겆이만 해줄라

'가는 날이 장날'일 뿐인걸까. 3개의 외국계 증권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한국 증시에 대해 다소 신중한 보고서를 동시에 발표했다.

거래소시장은 외국인들의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인한 프로그램 차익 매도 증가로 하락 반전했다. 코스닥시장은 개인 매수가 계속되면서 증시가 강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불안감은 너도나도 안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낙폭을 줄이고 있다.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차익 실현할까, 더 보유할까'가 고민스러운 시점이지만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사람도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양 주가 상승을 지켜만 볼 것인가, 지금이라도 추격 매수할 것인가 심란하다.

한 인덱스펀드 매니저는 "추격 매수는 부담스럽고 안 사고 기다리지니 주가는 계속 올라가 매수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며 "이럴 때 못 참고 들어가면 상투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차피 못 먹은 장인데 머니 게임하는 사람들끼리 계속 놀게 내버려 두라는 의견. 섣불리 주가 상승을 못 견디고 들어갔다가는 남의 잔치에 설거지만 해주는 꼴을 당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들은 오늘(24일) 거래소시장에서는 4일만에 순매수지만 선물시장에서는 3일째 순매도 중이다. 인덱스펀드 매니저는 "지난달 대규모로 매수했던 것을 거의 다 털어낸 것 같다"며 "지수선물이 꽤 올라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상당한 차익을 얻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선물 매도에 대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이 매니저는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매는 길어야 한달 앞을 내다보는 단타성"이라며 "선물 매도가 한국 증시를 비관적으로 본다든가 하는 장기 전망을 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날 신중론을 내비친 외국계 증권사는 JP모간, 씨티그룹 스미스바니, 도이치증권 등이다. JP모간은 내수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어 유동성 장세에 대한 지나친 확신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씨티그룹은 기업 이익 변동성은 줄었으나 배당성향은 아시아 평균 대비 여전히 낮아 리레이팅 기대는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리레이팅이 없으면 현재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은 결코 싸지 않다는 것. 도이치증권은 소비자기대지수가 계속 떨어질 수 있어 내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셀 코리아'를 권고했다.

이에대해 싱가포르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이남우 대표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수급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 특히 코스닥시장은 기관과 외국인 비중이 워낙 낮아 앞으로도 수급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지수가 현 수준에서 10% 정도 더 오른다면 외국인들도 본격 참여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최근 수년간 전세계 주식시장의 특징은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더 오르는 것이었는데 유독 코스닥지수만 수익률이 낮았다. 일본 자스닥지수의 경우 2003년 이후 100% 이상 급등했다.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50% 이상 조정을 받았으니 수급이 받쳐준다면 코스닥시장이 상당히 좋아질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이 대표는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이상한 종목도 많이 올랐지만 콘퍼런스콜을 해보니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도 상당히 많았다"고 밝혔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도 "외국계 증권사도 강한데가 있고 약한데가 있다"며 이날 나온 외국계 증권사의 비관론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이 매니저는 "IMF 위기 이후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보면 씨티그룹과 도이치증권의 의견이 맞는 측면도 있지만 소비가 회복되고 기업 이익의 안정성이 확인된다면 리레이팅이 조만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물론 2월초 G7 회담을 앞두고 환율 문제가 있고 유가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며 내수 회복도 좀더 지켜봐야 겠지만 조정이 있더라도 800을 크게 깬다거나 하는 폭락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급등했기 때문에 너무 빠른 것 같은 측면도 있고 이 점에 대해서는 현재 조심해서 보고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인덱스펀드 매니저는 "지난해 4분기 기업 실적들을 보면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좋았을 뿐 예상보다 좋지 않은 기업도 많았다"며 "시장이 지금은 악재를 무시하고 기대감에 호재에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 회복을 선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어 시장을 뭐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덧붙였다.

종합하자면 IMF 이후 한국 증시의 평균 밸류에이션, 환율, 유가, 기업 이익, GDP 성장률 등 우려할 점은 많지만 시장의 흐름은 주식 강세 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지금 상황에서 자금이 갈만한데가 없다"며 "주식 투자를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즉, 외국계 증권사의 논리가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 수급의 구조적 변화란 곧 펀더멘털의 변화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시장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조정 때마다 분할 매수'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의 잔치에 설거지꾼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조정을 기다리는 인내는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대리 주가'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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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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