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원 정리해고의 이면

[기자수첩]은행원 정리해고의 이면

김진형 기자
2005.01.31 18:52

[기자수첩]은행원 정리해고의 이면

지난주 국민은행 직원 1800명은 씁쓸한 통보를 받았다. 은행을 떠나 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였다. 감원 대상이라는 얘기다. 통보를 받은 이들은 31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하든지 아니면 후선보임이라는 자존심 상하는 인사조치를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름은 희망퇴직이지만 사실상의 권고사직이나 마찬가지다.

감원은 국민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외환은행이 인력구조 개편 차원에서 감원을 실시했고 다른 은행들도 감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이제 외환위기의 잔재와 가계부실의 터널을 빠져 나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은행원들은 아직까지 과거의 그늘에서 완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대규모 흑자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감원의 칼을 빼들어야 하는 이유는 잉여인력 때문이라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인력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직원수를 3분의 1이나 줄였지만 감원이 장기적인 인력수급 계획하에서 이뤄지지 못함으로써 아랫 직원보다 윗 직원들이 훨씬 많은 가분수 인력구조를 낳았다. 실제로 97년말 4대6 이었던 책임자급 직원과 행원의 비중은 지난해말 6대4로 역전된 상태다. 뽑지는 않고 짜르기만 한 결과다.

문제는 이같은 감원이 97년 이후 은행의 실적개선에 약이 됐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조직을 갉아먹는 독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윗 사람이 많은 조직구조는 조직을 노쇄화시켜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 직원의 60%가 과장급 이상이다 보니 인사적체로 승진이 늦어져 조직원들의 사기는 더욱 저하되고 있다. 감원이 단순한 숫자 줄이기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2004년말 은행의 인력구조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경영상의 이유로 감원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은행의 경우 지금의 인력구조를 볼 때 어느 정도의 감원은 불가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인력 수급계획 없이 이뤄지는 '숫자 줄이기'식 감원은 장기적인 조직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점을 은행들이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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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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