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바드大 사태가 준 교훈
미국 하바드대학이 총장의 말실수로 개교 369년만에 최대 위기에 빠졌다.
지난달 18일 전국 경제 연구국(NBER) 비공개회의에 참석한 로렌스 서머스 총장(50)은 "과학 및 수학 최우등생 중 여성 비중이 적은 것은 남녀의 능력 차이가 원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 공학 분야 고위직에 여성이 적은 것은 아이를 돌보느라 여성이 1주일에 80시간씩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공개되자 서머스 총장은 여성 연구 인력 지원 부서를 본부에 두는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15일 교수들은 비상 교수회의를 열고 2001년 취임 후 서머스 총장의 독단적인 대학 운영 방식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서머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아주 다른 말과 행동을 했을 것"이라며 공개 사과했고, 17일 학교 홈페이지에도 사과문을 게제했다.
하지만 서머스 총장의 발언은 하바드대학 구성원들에게 큰 상처와 분열을 남겼다. 문제의 발언이 공개된 후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 간에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내 구성원들은 총장 지지자와 반대자로 선명하게 갈리면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쪽에서는 서머스 총장 지지 서명을 받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총장 불신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총장 지지 서명을 주도하고 있는 다이엘 랩슨 경제학 교수는 19일 현재 서명 참여자가 160명이라며 총장 불신임 투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서명 거부교수들도 적지 않다. 하바드 의대 에릭 시비안 교수는 동문들에게 편지를 보내 서머스가 총장 자리에 있는 동안은 학교에 기부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찬반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서머스 총장은 하바드대학 사상 첫 불명예 퇴진 총장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문리대 원로 교수는 이번 사태가 학내 구성원 간 분열을 불러 오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와 함께 실망감을 표시했다.
하바드대학은 그동안 세계 최고 대학의 위상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이번 하바드 사태를 보면 세계 최고 대학의 위상에 걸맞는 타협과 통합의 정신을 찾아 보기 힘들다는 느낌이다.
이번 서머스 파문은 조직을 맡고 있는 책임자의 부적절한 말 한 마디가 얼마나 구성원들에게 큰 실망감과 혼란을 가져다주는 지를 보여주고 있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