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버린의 '쇼'
9시30분 남산 힐튼 호텔의 기자회견장.
회견을 준비한 소버린의 국내홍보대행사 임직원들은 이보다 훨씬 앞서 현장에 나와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랜선만 30여개, 준비된 의자만 200여개에 달했다. 옆자리의 국제통신사 기자에게 "해외에서도 주식을 5% 넘게 사면 이렇게 크게 홍보하느냐"고 했더니 "아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기자회견 시간인 10시. 소버린자산운용의 제임스 피터 대표가 등장했다. 사진기자들로부터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터졌다.
피터 대표가 LG 투자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고 질의응답이 있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중단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시간관계상' 12시 임박해 다급하게 회견이 끝났다.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주)LG와 LG전자에 쏟아부은 소버린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흔치 않는 일이었다. 피터 대표가 쏟아낸 많은 말들은 그러나 아쉽게도 "사랑해요 LG!!"가 전부였다.
그룹의 지배구조(한국 재벌중 가장 선진적), 배당금 정책(문제 없음), 통신 계열사(경영진이 알아서 잘 할 것) 그리고 LG전자의 성장성(글로벌 톱3에 진입할 것) 등 모두 흠잡을 데 없다고 했다.
그룹 홍보팀보다 뜨거운 애정을 과시하며 대화를 하는 간접적 경영참여자를 자처했다. 회견장에서 사용하던 노트북, 프로젝터 그리고 기념품까지 LG 제품이었다.
"오늘 주가가 상한가에 올라 오너나 경영진도 모두 기뻐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주식투자자 다웠다.
그러나 이날 회견은 알맹이가 빠졌다. 지난주 공시에서 밝힌 것에서 한발도 더 나가지 않았다. 심지어 LG주식을 언제, 얼마나 더 살 것이라는 기초 관심사항도 공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LG와 정반대 태도를 취해온 SK에 대해 일언반구가 없었다. 사실 대주주 지분이 51.5%인 LG그룹에서는 '기대'할 게 많지 않았다.
정작 소버린은 정기 주주총회를 보름 남짓 앞둔 민감한 시기, 회견 마지막 순간까지 SK에 대한 질문이 있었으나 "미리 얘기한 대로 이 자리에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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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피터 대표는 "SK와 LG는 개혁의 양극단에 서 있다"는 한마디 말만 남기고 유유히 자리를 떴다.
SK는 지난 2년간 지배구조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기간 국제신용등급도 주가도 껑충 뛰었다. 소버린이 언제까지 가시적인 변화를 외면하고 SK를 극단에 방치할 것인지 궁금하다. 소버린이 극단의 잣대를 대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