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쇼(?)버린과 소로스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는 평소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기로 유명했다. 그러다가 1992년초에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신문, 방송 등의 인터뷰에 등장했다. 당시 소로스는 인터뷰를 할 때 마다 "영국 파운드화는 곧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공언하며 자신이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했음을 내비쳤다.
이 소식에 전세계 외환 딜러들이 앞다퉈 파운드화를 팔기 시작했고, 파운드화 폭락에 견디다 못한 영란은행은 결국 9월16일 백기를 들고 유럽 환율조정메커니즘(ERM)에서 탈퇴했다.
이것이 영국 역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로 불리는 1992년 파운드화 폭락 사태, 바로 '검은 수요일'이다. 소로스는 자신이 국제금융시장 최고의 '뉴스 메이커'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바람몰이 전술'을 펼치며 무려 1조원이 넘는 돈을 벌었고, 영란은행은 환율 방어 과정에서 무려 6조원을 허공에 날렸다.
한국 주식시장 최고의 '뉴스 메이커' 소버린자산운용이 최근 언론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2003년초부터SK㈜의 경영권을 뒤흔들며 2년도 채 안돼 무려 9000억원에 이르는 평가차익을 거두면서도 좀처럼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던 소버린이었다.
그러나 지난 21일 난데없이 기자들을 불러모아LG전자와 ㈜LG주식을 사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LG전자와 ㈜LG의 지분을 각각 5% 이상씩 사들이고 기자회견까지 자청했다는 소식에 이날 ㈜LG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LG전자는 7%나 뛰어올랐다. 여기에 한화 삼성물산 등 지주회사주들까지 덩달아 급등했다. '쇼버린 효과'로 인해 종합주가지수가 4포인트나 오르는 호들갑 장세가 연출됐다. 결국 하루만에 주가가 이성을 되찾았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기자회견까지 할 일이냐"며 "외국인 하나가 설치는데 주식시장이 휘둘리는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돼야할 지 모를 일이다"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