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대로 된 과거사정리 중요성
'똑바로 살아라'라는 일일시트콤이 있었다. 2002년 11월 5일부터 시작해 1년 동안 인기리에 방영됐다. 중견탤런트 노주현이 정형외과 병원 건물주로 나오고 박영규가 손아래 동서, 이응경과 홍리나가 노주현의 처제로 나와 망가지는 코믹연기를 보여줬다. '똑바로 살아라' 라는 메시지였다고 보여지지만 시트콤 안에서 똑바로 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제대로 살기 힘들다는 풍자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사에서 똑바로 살지 못하는 일본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배상'이라는 이례적인 단어까지 거론하며 일본의 과거 침략사에 대한 성의있는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외형상 강경해 보이는 배상 메시지가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의 효력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한일협상을 다시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거듭되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교과서 왜곡 등 제국주의적 침략행위를 미화하는 행동이 거듭되고 있는 요즘 대일 외교정책의 수위를 높인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1965년 한일협정은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일협정이 일본의 진실어린 사과, 배상, 화해라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밀실에서 흥정하듯 이뤄진 탓에 지금까지 국민적 수용을 거부당한 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을 고통속에 헤매게 하고 있다.
정부도 똑바로 되지 못한 과거사 청산 때문에 "1965년 협정으로 계산끝났다"는 일본의 주장을 넘지 못하고 한일 과거사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시간의 침식에 맡기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심지어 우리 스스로도 징병, 징용, 위안부 등 일제의 침략의 희생자들에 대해 보상의 손길을 가하지 못했다.
대일 과거사 정리 없는 국내 과거사 청산, 친일진상규명은 반쪽에 불과하다.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는 방안은 모조리 찾아야한다. 노대통령의 배상발언이 공언(空言)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